2015년 6월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세월호 진상규명과 투명한 선체 인양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세월호 유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요구사항을 담은 국민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나서자 경찰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위법한 상부의 명령을 그대로 따른 경찰관들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상부 지시라고 무조건 따르는 관행에서 벗어나 공무원 개인이 적법성을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경고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쌍용자동차 해고자 추모·복직 집회를 불법적으로 해산시킨 경찰관은 물론 세월호 유가족들의 청와대 방향 행진을 불법적으로 막은 경찰관 개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판결을 연달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단독 조은아 판사는 지난 22일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등 12명이 국가와 윤명성 전 서울 종로경찰서장, 이원준 전 종로서 경비과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각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 12명은 2015년 6월30일 ‘세월호 진상규명과 선체 인양,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는 10만 서명용지’를 청와대에 제출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효자로를 따라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려 했다.
이때 경찰은 미신고 집회·시위라는 이유로 해산을 명령하고 효자로에 안전펜스를 설치해 통행을 막았다. 유가족 측은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안녕질서에 위협을 초래하지 않았기에 경찰의 행동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조 판사는 “의외성에 대한 우려, 미신고 집회·시위라는 이유만으로 통행을 차단하거나 해산명령을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두 경찰관에 대해 “국가뿐 아니라 경찰관 개인들에게도 집회의 자유 보장과 제한에 대한 법률 요건과 법리를 숙지할 무거운 주의의무가 있다”며 “이를 결여하고 위법한 결과를 피하지 않은 경찰관에게도 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국가기관의 위법한 지시를 무조건적으로 따른 공무원에게도 책임을 지운 것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그간 집회·시위를 위법하게 통제한 경찰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경찰관 개인에게까지 책임을 지운 사례는 드물었다. 법무법인 이공 양홍석 변호사는 “그간 법원은 ‘경찰관들이 집회·시위를 통제하는 당시에는 모든 조치의 위법성을 일일이 따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봐왔다”며 “사후에 위법성이 밝혀지더라도 행위를 한 경찰관 개인에게는 사실상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2부는 2013년 쌍용차 해고노동자 관련 집회 및 기자회견 장소를 수차례 점거하고 개시를 막은 행위가 위법하다며 최성영 당시 남대문서 경비과장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이어 세월호 참사 관련 집회에서도 집회·시위를 담당하는 일선 경찰서 경비과장과 서장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연이은 판결로 경찰이 상부 지시를 이유로 집회·시위 통제 시 공권력을 남용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모든 경찰의 직무집행 위반 사건에 준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무원이 명백한 위법행위를 기계적으로 따른다면 그 책임을 묻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사회는 이랬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31일]강남 뒷골목 차량에 부딪힌 남성 "치료비는 괜찮으니 커피나 한 잔" 이유는? (0) | 2017.09.03 |
---|---|
[8월31일][단독]‘고액 기부’ 첫 모녀 회원, 알고 보니 ‘기부 사기꾼’ (0) | 2017.09.03 |
[8월28일]허위 출생신고로 수천만원 받은 항공사 승무원, 6개월 도피 끝 검거 (0) | 2017.09.03 |
[8월25일][이재용 선고]시민사회단체 “이재용 징역 5년, 의미는 있지만···‘솜방망이 판결’” (0) | 2017.09.03 |
[8월23일][현장영상]강용주 보안관찰 규탄 기자회견장서 “전라도 XX들아, 빨갱이 X들아 꺼져라” (0) | 2017.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