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 폐쇄회로(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구글·애플 등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자체 결제 수단(인앱결제)을 강제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법안이 세계 최초로 통과됐다.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한 종부세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판사 임용에 필요한 법조경력을 줄이려던 취지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들어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들 중 처음으로 부결됐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22건의 법안을 심의했다.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은 재석 183명 중 135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수술 과정의 의료사고 및 비자격자의 대리 수술, 수술 중인 환자가 당하는 성범죄 등을 규명하기 위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국민적인 요구가 높았던 법안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의료인은 수술하는 장면을 CCTV로 촬영해야 한다. 환자·의료진 모두 동의하면 녹음도 가능하다. 수술이 지체되면 환자 생명이 위험해지는 경우 등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의료진은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CCTV 열람은 수사·재판을 위해 필요한 경우나 환자와 의료인 쌍방 동의가 있는 경우 등에만 허용된다. 이 개정안은 법안 공포 후 2년 후 시행된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법안이다. 구글이나 애플이 자사 앱 마켓에 앱을 등록하는 개발자나 앱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부리는 횡포를 막는 법안이다. 국제적으로 규제 움직임이 있었지만 입법화에 성공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구글은 지난해 모든 앱 사용자들이 자체 결제 시스템만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해 불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개정을 추진했던 종부세법 개정안도 이날 함께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당초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과세기준을 공시가격 상위 2%로 추진했으나 국민의힘과 협의 과정에서 정액인 11억원으로 변경했다. 가결된 법안은 올해부터 적용된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지금 종부세(기준)를 완화하는 것은 오히려 주거불안을 더욱 고조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군대 내 성범죄나 군인 사망사건의 원인이 되는 범죄를 군사법원이 아닌 민간법원에서 재판하고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하는 내용의 군사법원법 개정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체계·자구심사 권한을 넘어 법안을 심사할 수 없도록 규정한 국회법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명시했으나 녹색성장 개념도 함께 명시해 논란의 대상이 됐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 사립학교 교사 채용시험을 시·도교육청에 의무 위탁하기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 여당이 단독으로 상임위를 통과시킨 법안들도 이날 국회 문턱을 넘었다.
판사 임용에 필요한 법조경력을 2022년부터 7년, 2026년부터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빼고 5년으로 고정하도록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재석 229명 중 111명만 찬성해 과반(115명)을 넘기지 못하면서 21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 중 처음 부결됐다. 반대 토론에 나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안 발의 이후 3개월간 입법 공청회 한번 없었다”며 “다양한 사회적, 직업적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법원으로 들어가도록 하자고 한 제도를 바꾸면 새로운 판사상을 담지한 젊은 법조인들이 판사가 되는 길이 봉쇄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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