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옷’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두산 외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31)가 갈비뼈 통증으로 1군에서 빠진 김재환이 비운 4번타자 자리를 완벽히 메웠다.
지난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SK-두산전. 페르난데스는 4번·지명타자로 선발출전했다. 경기 전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오재일과 페르난데스를 4번 대체자로 뽑으면서도 “오재일이 3번 타순에서 좋았다. 그러나 김재환 대신 4번을 쳤을 때는 부진했다”며 페르난데스를 4번에 우선 중용할 계획을 전했다.
일단 첫 시도는 들어맞았다. 페르난데스는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2안타가 모두 장타였기에 두산 입장에서는 더 고무적이었다. 페르난데스는 4회말 두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터뜨린 데 이어, 두산이 2-1로 앞선 6회말 2사 세번째 타석에서 쐐기 솔로포를 터뜨려 두산이 선두 SK를 4-1로 잡는 데 기여했다.
이날 전까지 페르난데스는 올 시즌 4번 타순에 네 타석밖에 들어서지 않았다. 지난달 13일 사직 롯데전, 김재환이 한창 부진할 때 고육책으로 4번 페르난데스-5번 김재환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페르난데스가 3타수 무안타에 볼넷 하나만 고르는데 그쳐 당시 4번 외도는 하루만에 끝났다.
오재일이 그랬던 것처럼, 페르난데스도 4번 타순 ‘낯가림’을 할까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페르난데스는 “4번이 특별히 다른 타순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SK 선발(헨리 소사)의 공이 구질을 가리지 않고 모두 좋기 때문에, 홈플레이트를 지나는 공은 다 치겠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임했다”고 말했다. 타석 접근법에 큰 변화가 없었어도 워낙 타격감이 좋았기에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페르난데스는 올 시즌 주로 들어선 2번(377타석·타율 0.336), 3번(64타석·0.429), 5번(80타석·0.338)에서 모두 고르게 좋은 타격감을 과시했다.
두산은 이날 다른 면에서도 ‘4번 페르난데스’ 성공가능성을 키웠다. 이날 두산은 도루 5개를 성공하며 오랜만에 특유의 ‘발야구’를 과시했다. 두산은 27일 현재 팀 도루가 77개로 7위에 머물고 있지만, 도루성공률은 71.3%로 3위에 올라 순도가 높다. 투고타저 흐름이 지금보다 강했던 2000년대 중후반, 두산은 ‘육상부’라 불리는 빠른 선수들과 중장거리포를 조합해 점수를 내는 야구를 즐겨하며 리그에 발야구 흐름을 주도했다.
페르난데스가 다른 팀 거포들처럼 매일같이 장타를 때려내지 못하더라도, 그 앞 타순에 위치할 박건우-정수빈 등 빠른 주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뛴다면 두산은 페르난데스의 중거리포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재미를 볼 수 있다. 페르난데스의 홈런 순위는 공동 15위(15개)이지만 2루타 순위는 4위(31개)다. 여러모로 ‘4번 페르난데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김재환이 부상에서 복귀해 페르난데스의 타순이 다시 바뀌더라도, 두산은 또다른 공격루트를 개척하는 셈이라 나쁠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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