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박병호. 연합뉴스

 

키움 박병호(33)는 27일 청주 한화전에서 프로야구 사상 여섯번째로 ‘1경기 4홈런’ 대기록을 달성했다. 보기 드문 진기록을 박병호는 2015년에 이어 홀로 두번 달성했다. 비록 ‘4연타석 홈런’에는 실패했지만 중간에 볼넷 한 번을 얻어내 ‘4연타수 홈런’에는 성공했다. 역시 프로야구 다섯번째 기록이다.

대기록을 세웠음에도 경기 후 박병호는 덤덤했다.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팀을 위해서 해준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박병호가 스스로에게 내린 평가가 박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박병호는 올 시즌 적잖은 마음고생 속에 악전고투해왔다.

27일 현재 박병호는 타율 0.285, 28홈런, 85타점을 기록중이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비교하면 박병호가 히어로즈에서 풀타임 4번타자로 뛰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박병호는 2012년(0.290) 이후 매년 타율 3할을 넘기면서도 경기당 평균 1타점씩을 올리며 2015년에는 한 시즌 최다타점(146타점) 기록도 세웠다. 타고투저 바람이 올해 꺾였다고는 하지만 30위권의 타율 순위, 경기당 평균 0.8타점은 박병호에게 낯설다.

박병호의 상대적인 부진은 시즌 초부터 순탄치 않았던 준비과정에 있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시즌 초까지 익숙지 않던 2·3번 타순에 서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6월초에는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는데도 2군으로 내려갔다. 박병호의 히어로즈 이적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외부에서도, 그리고 자기 자신도 지난해 플레이오프까지 올랐던 팀 성적을 올해 더 끌어올려야한다는 압박을 가했다.

그러면서 세심한 박병호는 팀은 상위권을 다투는데도 자신은 미비했다는 자책감에 빠졌다. 시즌을 치르며 “여느 때보다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었다. 한 경기 부진하면 다음날 털어내야 하는데 잘 안됐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박병호의 공헌도를 낮춰보는 사람은 없다. 팀 동료 제리 샌즈가 박병호와 홈런왕을 다투고 타점(104타점)은 크게 앞서 있지만, 장정석 키움 감독은 “샌즈의 좋은 성적은 박병호의 앞·뒤에 서서 얻는 ‘우산효과’이기도 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박병호의 앞·뒤 타순에 번갈아 서는 이정후와 김하성의 올 시즌 호성적도 여전히 리그에서 위력적인 거포 박병호의 존재와 완전히 무관치만은 않다.

아직 타격감이 완연히 올라왔다고 보긴 어렵다. 여전히 손목 부상이 완쾌되지 않아 타석에 꾸준히 서기 위해서는 관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박병호는 결국 저력을 발휘해 홈런 선두로 올라섰다. 2012~2015년 이후 4년만의 홈런왕에 더 가까이 갔다. 이승엽(은퇴)만이 기록했던 ‘홈런왕 5회’에도 다가섰다. 4홈런으로 시즌 홈런수를 28개로 늘려 역시 이승엽만이 달성했던 6시즌 연속 30홈런까지 홈런 단 두개만 남겨뒀다.

이렇게 많은 홈런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박병호는 “개인 기록은 생각하지 않는다. 홈런왕은 샌즈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록을 머릿속에서 지운다고 해서 잘하고픈 욕심을 버렸다는 것은 아니다. 박병호는 이날 4홈런의 비결로 “홈런을 의식하지 않았다. 욕심을 부리면 더 독이 될 것이란 걸 알았다”고 했다. 욕심을 비우는 게 좋은 결과의 지름길이라는 걸 박병호는 이미 알고 있다. “4홈런을 계기로 남은 시즌 더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겠다”는 그의 말에도 각오는 충분히 묻어나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