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미래의 운세를 묻는다. 기술이 발전하는 중에도, 미래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사람은 영적인 해방구를 찾는다. 기술과 영적인 세계는 대립하는 게 아니라 가까운 개념인지도 모른다.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 영혼의 기술’은 미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영적인 경험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주목한다. 작가 50명(팀)의 작품이 전시에 작품을 내놨고, 49명(팀)이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비엔날레의 주제인 강령(Seance)은 산 사람들이 죽은 이의 영혼과 교류하기 위해 모인 자리를 뜻한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작가 힐마 아프 클린트가 연상된다. 주전시는 아프 클린트에게 영감을 준 신지학자 루돌프 슈타이너의 드로잉과, 아프 클린트보다 더 이른 19세기부터 영적 존재와의 교류를 그림으로 표현한 조지아나 하우튼의 그림들로 문을 연다.

영적 존재와의 교류만이 전시장을 메우는 것은 아니다. 영적인 세계는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생태학, 반자본주의와도 연결된다. 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인 안톤 비도클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사는 세계에 질서를 부여한 지배적인 세력이 배제했던 세력, 개체, 지식이 함께할 수 있도록 현실을 인식하는 틀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대만 출신 작가 슈 챠웨이는 양면으로 상영되는 영상 ‘영혼 기록’(2016)을 통해 영적 행위와 기술이 대립하는 듯하면서도 공존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대만 한 섬의 주민들이 개구리 신에게 새로운 사당을 짓는 장소를 알려달라고 비는 장면이 상연되는데, 뒷면에는 새 사당의 조감도를 디지털 기술로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캠코더에 찍힌 자신의 모습을 모니터로 바라보는 청동 조각상 형태를 띤 백남준의 ‘TV 부처’(1989)는 영적 존재와 기술의 대립으로도, 공존으로도 해석된다. 권병준의 ‘중심에서 피어나는; 잠재태의 황금꽃’(2025)은 고대 중국의 도가 문헌 내용을 바탕으로 춤을 추는 로봇 무당 4기를 등장시켰다.

엘살바도르 출신 작가 과달루페 마라비야는 어린 나이에 걸린 암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서구식 치료보다 전통 치유 방법이 효과를 봤다는 믿음을 갖게된 후 작업 방향을 바꿨다. 플라스틱과 수세미 등으로 가상의 생물체 형상을 만든 출품작 ‘질병 투척기 #17’(2021)는 그 치유의 경험이 반영된 대표적인 예이다.
호주 선주민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카라빙 필름 콜렉티브는 영상 ‘가족과 좀비’(2021)에서 지역의 땅에서 물을 찾으려는 백인을 좀비로 표현하고 이에 맞서는 선주민들의 의식을 다루면서 식민의 역사를 조명했다. 태국 영화감독인 아노차 수위차콘퐁은 2010년 태국 군부의 시위대 학살사건 유족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하지 않으려는 정부에 맞서는 이야기를 다룬 영상 ‘서사’(2025)를 통해 사회 주류가 통제하는 역사 속에서 어떻게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주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며, 낙원상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청년예술청에서도 사운드, 영화, 퍼포먼스 등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26일 개막하는 이번 비엔날레는 오는 11월23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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