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화엄사 주지 우석 스님이 20일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화엄사 제공

 

“전세계적으로 종교인구가 줄어드는 이유는, 종교를 통해 삶의 이득이나 편안함을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문화적 접근으로 사람들이 삶의 위안을 많이 받는다면, 종교적 교리나 삶을 강요할 건 아니라 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화엄사 주지 우석 스님은 20일 전남 구례군 화엄사에서 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간을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도록 하는 데 종교의 목적이 있다면, 문화적으로 접근하거나 현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함께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국시대 때인 544년 창건된 화엄사는 1500년 가까운 역사, 국보 각황전을 비롯한 다수의 문화유산도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각종 문화행사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사찰들이 일상적으로 개최하는 행사 외에도 봄에는 홍매화 축제, 가을에는 화엄문화제를 개최한다. 지난 6~7월에는 경내 성보박물관과 보제루에서 현대미술가와 무용가들이 연꽃을 매체로 표현한 전시 ‘연화전’을 개최했다.

우석 스님은 “행사를 하고 나면 지출이 많고 힘이 들긴 한다”면서도 “우리가 행사를 하는 것은 화엄사가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필요한 공간’이라는 인식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엄사는 많은 시주금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화엄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100~200년 뒤에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우석 스님은 “불교 신도가 줄었다고들 하지만, 불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줄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전에는 기도하고 참선하고 염불하는 사람이 많았다면, 이제는 절에 와서 편안히 시간을 보내고 시주하는 사람을 불자라고 해도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불교는 국가의 정치이념이었다가 조선 시대에는 도성 출입도 금지되고 산으로 쫓겨왔다. 그러나 그 덕에 지금은 사찰이 수많은 명당과 산림을 소유하고 있다”며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지금의 한국불교가 존재했다. 이제 기존의 유행이 끝나가고 대중과 함께하는 힙한 불교, 젊은 불교가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화엄사는 문화행사를 지금보다 더 다양화할 계획이다. 가칭 아웃도어 템플스테이, 전남 유형문화재인 보제루의 개방 확대 등을 준비하고 있다. 우석 스님은 “사계절에 따라 행사를 열고 있지만 아직 겨울에는 축제가 없다. 그래서 앞으로 하려고 한다”며 “화엄사가 여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행사를 하는 게 아니다.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구례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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