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준비한 당헌 개정안이 24일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중앙위원 절반 이상이 친이재명 성향 강성 지지자들의 당헌 개정 요구가 민심과 동떨어졌다고 보고,개정 절차도 민주적이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논란이 된 ‘권리당원 전원투표’ 관련 당헌 조항을 뺀 개정안을 다시 당무위원회와 중앙위를 거쳐 의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의원측과 강성 지지층들의 요구로 시작돼 친이재명·비이재명계 갈등을 촉발했던 당헌 개정이 최종관문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흘 뒤 들어서는 새 지도부는 당장 당헌 개정을 둘러싸고 촉발된 당내 갈등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중앙위에서 부결된 당헌 개정안 중 화두는 ‘권리당원 전원투표는 전국대의원대회 의결보다 우선하는 당의 최고 의사결정 방법’이라고 명시한 신설 당헌 14조의2와 ‘부정부패 법 위반 혐의 당직자의 직무정지’와 관련된 당헌 80조였다. 해당 조항들은 모두 ‘이재명 지도부’ 출범 전 터다지기 작업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당헌 80조 개정안은 현재 검찰·경찰 수사 중인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된 뒤 기소될 수 있다는 예상과 맞물려 ‘이재명 방탄 조항’으로 불렸다. 권리당원 전원투표는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는 열성 당원들의 여론전에 당의 주요 사항이 바뀔 수 있다는 비판을 들었다. 친이재명 성향 당원들은 두 조항을 포함한 개정안 통과를 요구해왔다.
비대위가 당헌 80조의 ‘직무정지’ 기준을 ‘기소’로 유지하되 직무 정지를 취소할 수 있는 주체를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무위로 바꾸는 절충안을 내놓으면서 관련 갈등은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권리당원 전원투표 관련 조항은 당원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당무위까지 통과하며 “숙의와 토론 없이 의결됐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전날 당대표 후보 박용진 의원 등 비이재명계 민주당 의원 26명은 당헌 개정 관련 온라인투표 연기를 요구했고, 박 의원은 이날 중앙위 전에도 “당 전체적으로 숙의의 시간을 더 가져야 함을 호소드린다”며 중앙위원들에게 당헌 개정안을 부결시켜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중앙위 전 비대위원회의에서 ‘권리당원 전원투표’와 관련해 “이 조항을 당헌에 신설하는 것은 기존 당규에 있던 조항을 행정적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며 신설 당헌이 기존 당규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앙위원 절반 이상은 해당 당헌이 결정된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 및 강성 팬덤을 기반으로 한 ‘이재명 사당화’에 대한 우려 등으로 찬성표를 던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문제 제기도 반대표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우 위원장은 당무위 이후 열린 비대위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부결에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러니 160표 정도의 반대표가 나온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강성 지지자들이 주로 표명하는 의견이 ‘당심’으로 비쳐 ‘민심’과 괴리된 듯 보이는 상황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는 지난해부터 민주당의 잇따른 선거 패배 원인으로 꼽혀왔다.
이번 당헌 개정안 부결은 8·28 전당대회 이후 선출될 지도부에 큰 과제를 남겼다. 당헌 개정에 찬·반이 갈렸던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가 보다 뚜렷하게 전선을 그어 대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성 당원들은 중앙위의 당헌 개정안 부결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반발하고 있다. 당장 의원들은 의견을 달리했다. 친이재명계 최고위원 후보인 장경태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원의 요구와 명령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반면 비이재명계 윤영찬 의원은 SNS에 “중앙위원들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를 드리며, 이번 일이 현재 우리 당의 민주주의와 소통의 방향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재명 의원은 그간 토론회·연설회 등에서 ‘당심’과 ‘여심’(여의도 정치인 마음)의 괴리 및 ‘당원 민주주의’를 주장했다. 전날 MBC <100분 토론>에서도 “당원투표는 많이 할수록 좋다”며 강성 지지자들과 같은 의견을 냈다. ‘이재명 지도부’가 현실이 될 때도 강성 당원들에 기울어진 입장을 내면 당의 분열이 가시화할 것이란 우려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투표 결과를 통해 새 대표가 당내 소통을 잘 해야 한다는 중요성이 확인된 것”이라며 “새 대표는 당의 의견을 다 아우르고 갈 수 있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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