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592곳, 올 상반기 실적 결산
중국 경제 회복·‘K 방역’ 효과에 1분기 최악 성적보다는 반등
적자전환한 기업, 흑자전환의 1.8배…“하반기에는 호전될 것”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시장) 상장사들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3분의 1 넘게 감소했다. 적자전환한 기업이 흑자전환한 기업의 1.8배에 이르고, 1000억원 이상 적자를 낸 기업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가 19일 코스피 상장사의 올해 상반기 결산실적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상장사 592개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합은 25조542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8조7611억원)보다 34.10% 감소했다. 상반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56조2526억원에서 올해 42조6534억원으로 24.18% 줄었다.
이 같은 실적은 그나마 2분기에 선방하며 1분기의 감소폭을 만회한 결과다. 올해 1분기 상장사 당기순이익은 지난해에 비해 47.8%, 영업이익은 31.2% 감소했다. 그러나 2분기 당기순이익은 1분기에 비해서는 25.22%, 영업이익은 19.17% 각각 상승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하면서 중국 의존도가 큰 국내 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했고, 국내 방역이 잘 이뤄진 덕분에 내수도 양호했다”고 말했다. 상장사 매출액의 11.48%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2.11% 늘어 10조4400억원에 달했고 SK하이닉스, LG전자도 1조원대 순이익을 냈다. 내수재인 음식료업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173.82% 늘어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금융사들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7.14%, 영업이익은 4.58% 감소했다. 은행·증권사의 이익은 10% 이상 줄었으나 보험사의 순이익은 14.77% 올랐다. 1분기에 코로나19 충격으로 유동성 위기설까지 돌았던 증권사들은 2분기에 당기순이익을 278.56%나 끌어올리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회사의 수는 171개사로 28.89%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적자기업의 비율이 23%였던 데 비해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흑자를 기록했다가 올해 적자를 기록한 회사는 92곳으로 적자를 본 기업 수의 절반이 넘었다. 같은 기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 회사(50개)의 거의 배 수준이었다.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상반기 1조8980억원으로 가장 큰 적자를 봤다. S-Oil(9475억원)과 삼성중공업(9313억원)도 9000억원대 적자를 보는 등 대규모 적자를 본 기업 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1000억원대 적자를 본 기업은 8곳이었는데, 올해에는 24곳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1000억원 적자를 본 기업은 모두 2018년에도 적자 상태였던 반면, 올해 상반기 1000억원 이상 적자를 낸 기업 중에는 전년도 흑자를 봤다가 적자전환한 기업들이 여럿 있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상반기엔 3534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SK, GS, 제주항공, 호텔신라 등 코로나19 사태로 큰 피해를 본 에너지 및 항공·숙박업계 대기업 및 관계사들이 많았다.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글로벌 교역 조건이 악화되지는 않아 하반기 상장사 실적이 상반기보다 개선되리란 전망이 많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고는 있지만, 사망자나 중증환자는 어느 정도 통제되고 있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상반기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추가 확산 위험성이 전보다 높은 만큼 확산이 현실화되면 내수가 부진해지면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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