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법으로 정한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최소 휴게 시간을 단축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업체들의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7일 공공운수노조 서울경기강원버스지부가 공개한 서울시의 공문을 보면, 서울시는 지난 3월 국토교통부에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마을버스 노선 1회 운행시 운전사 휴게시간을 세분화 해달라”고 요청했다. 운행 소요시간이 1시간 미만이면 5분 이상, 1~2시간이면 10분 이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으로 4명이 숨지고 38명이 다친 버스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지난 2월28일 법을 개정해 마을버스 기사도 1회 운행할 때 10분 이상 쉬도록 했다. 이를 1회 위반하면 버스회사는 30일, 3회 이상 하면 90일간의 사업 일부 정지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서울시는 “운전 근로자의 휴게시간은 원칙적으로 보장돼야 하지만 시내버스 운송사업은 대시민서비스라는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시내버스·마을버스 등 운수사업자, 마을버스를 운영하는 23개 자치구에 보낸 공문에 “국토부에 버스기사 휴게시간 세분화 제안을 전달했고 국토부에서도 이를 검토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적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서울시의 제안 내용에 반발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서울시가 버스 기사 휴게시간을 정한 법령 공포 이후 한달 만에 실태조사도 없이 휴게시간을 줄이자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서울시 마을버스 기사들의 하루 평균 휴식시간은 총 9.5분으로 조사됐다. 반면 마을버스는 동네 좁은 길이나 오르막길 등 시내버스가 달리지 않는 구간을 운행하기 때문에 운행 시간에 비해 운행 난이도는 높고 사고율도 시내버스보다 높은 편이다. 서울시내 마을버스 노선 중 실제 기사들이 휴게실을 이용하는 노선은 20~30%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종희 공공운수노조 서울경기강원버스지부 사무국장은 “실제 서울시내 대부분의 마을버스 노선 거리는 10㎞ 안팎, 실제 주행시간은 1시간 내외”라며 “마을버스 업체들이 구청에 노선 운행시간을 50분대로 신고하면, 실제 1시간 이상 운행한 기사들이 10분을 쉬지 못해도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시는 공문에서 ‘마을·시내버스 회사가 기사들의 휴게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게끔 지방자치단체가 사업계획을 변경할 수 있는지’도 국토부에 질의했다고 적었다. 교통체증 때문에 배차간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출·퇴근 시간대에 기사가 5분만 쉬었을 경우 다른 시간대에 15분을 쉬게끔 지방자치단체나 회사에 권한을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기사들도 출퇴근 시간대 운행하는 것이 제일 힘들다”며 “오히려 출퇴근 시간대에 충분한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운전기사의 휴게 시간은 지난 2월부터 법으로 보장됐지만 마을버스 휴게시간이나 휴게 실태는 반년이 지나도록 나아지지 않았다”며 “1회 운행 후 10분 이상 휴게시간은 축소할 것이 아니라 강력한 보장·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의 입장을 건의했다기보다는 업체들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것”이라며 “시가 휴게시간 세분화를 건의하기 하기 전에 이미 마을버스 업체 측 ‘서울시 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에서 법이 정한 휴게시간이 너무 길다고 국토부에 항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게 시간을 10분으로 늘리면 현재 마을버스 체계의 배차시간 등을 유지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어 법이 공포된 이후에도 영세한 마을버스 업체들이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해왔다”고도 했다.
이에 공공운수노조 측은 “시가 충분한 자격 요건을 갖추지 않은 업체도 마을버스를 운행할 수 있게 등록시켜준 것이 문제”라며 “마을버스 기사의 근무 요건을 개선해야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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