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구 반발력이 감소하면서 장타가 줄었다. 이에 따라 최근 위상이 낮아졌던 도루 역시 훌륭한 작전 수단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도루를 시도해 누상의 주자가 아웃되는 위험을 줄이고 장타로 일거에 다득점하는 게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확률 높은 공격 수단이었다. 올해는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내 단타로도 1점 더 득점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2017년 778개, 지난해 920개에 그쳤던 리그 전체 도루 숫자가 올해 한 번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12일까지 리그 542경기에서 746도루가 나왔는데, 이 추세면 시즌 종료까지 990개의 도루가 나온다.
하지만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도루 40개를 채우지 않고도 도루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박해민(삼성)은 36개로 도루 1위를 차지했다. 2017년 자신이 세웠던 역대 최소 도루 시즌 도루왕(40개) 기록을 다시 경신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12일 현재 KBO리그 도루 1위는 박찬호(KIA)다. 팀이 치른 107경기 중 96경기에 나와 28번 베이스를 훔쳤다. 팀이 37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박찬호가 기존 도루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10개를 더 추가할 수 있다. 시즌 최종성적은 38도루가 된다. 박찬호에 이어 도루 2위인 김하성(키움)의 도루개수는 23개, 5개로 차이가 크다. 박찬호가 그나마 시즌 40도루를 바라볼 수 있는 정도다.
장타가 감소하면서 도루의 중요성이 커지긴했으나 발야구가 대세이던 시절과 현재의 야구 흐름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수년 전 도루는 경기 중후반 득점을 짜내는 수단이기도 했지만 선취 득점을 내는 주요 루트이기도 했다. 1번타자가 출루한 뒤 도루로 득점권에 서고, 후속타로 먼저 1점을 따는 게 지금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도루왕 타이틀은 대개 1번타자의 몫이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여전히 가을야구 단기전에서는 선취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편이지만, 정규시즌에서는 초반부터 점수를 짜내는 모습은 보기 어려워졌다. 투고타저 흐름 속에서도 희생번트 숫자가 늘어나지 않은 걸 봐도 알 수 있다. 12일 현재 542경기에서 나온 희생번트는 335개로, 같은 추세면 시즌 종료 후 445개가 된다. 지난해의 447개와 비슷하다.
다른 타순에 비해 1번타자들이 도루를 많이하는 건 여전하지만, 현재 도루 상위권에 오른 선수들의 타순은 다양하다. 2위 김하성과 5위 고종욱(SK·20개), 6위 제라드 호잉(한화·19개) 등은 중심타순 내지는 그에 준하는 역할을 하는데도 도루가 많다. 각 팀이 선취득점을 위해 1번타자에게 도루를 맡기는 빈도가 높지 않고, 경기 중·후반 승부처에서 도루능력이 있는 선수에게 적극적으로 도루를 지시하고 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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