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녀 결혼 시 증여세 면제 한도를 양가 합산 3억원까지 늘리겠다는 세법 개정안을 내놓자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 셈법이 복잡하다. 특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판적 기조 속에서도 청년 등 표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다양한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정부가 신설하겠다고 밝힌 혼인증여재산 공제는 혼인 신고 전후 각 2년씩 총 4년 동안 부모·조부모로부터 증여받는 경우 기본공제 5000만원(10년간)에 추가로 1억원을 공제해주는 내용이다. 양가에서 1억5000만원씩 총 3억원을 세금 없이 물려받을 수 있게 된다. 같은 액수를 증여받으면 현재는 총 1940만원의 증여세를 내야한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일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신혼부부 증여세 감면 관련) 당의 공식적 입장이 아직 없는 상황”이라며 “저희 기재위(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 내에서도 아직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저희가 무조건 정부안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감면 취지는 일정 부분 이해하는 게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발언과는 결이 다르다. 이 대표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신혼부부 증여세 공제 확대에 대해 “‘또 초부자 감세냐’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며 “이런 방안으로 혜택 볼 계층은 극히 적다. 많은 청년들에게 상실감, 소외감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처럼 보는 분들도 (당내에) 있다. 하지만 단순히 비판만 하는 게 국민의 정서와 안 맞는 거 같다는 분들도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 이견은 세법 개정안이 총선에 미칠 파장 때문으로 보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이제 자식에게 1억5000만원을 물려주느냐가 부모 자격을 인정받는 기준이 될 것’ ‘부의 대물림을 강화할 것’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우세한 분위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혼인증여재산 공제 신설로 혜택을 보는 계층은 상위 10~13.2%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상반기에만 국세가 1년 전보다 40조원이나 덜 걷히며 ‘역대급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면 진작부터 공제한도 현실화가 필요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저출생 문제 해결을 공제한도 확대의 목적으로 내세우는 것을 마냥 무시하기도 어렵다. 세법 개정안을 검토한 민주당 기재위원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공제한도가 정해진 2014년 이후 물가와 집값 상승을 반영해 공제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10년간 5000만원인 기본공제 한도를 7000만원으로 늘리고, ‘결혼’이 아닌 ‘출산’을 1억원 추가 공제 조건으로 넣자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증여세 감면 확대 비판 여론이 문재인 정부를 향하도록 애썼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부모가 결혼을 앞둔 자녀에게 증여를 한다면 이는 신혼집 마련을 도와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강조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결혼하는 자녀에게 각각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주는 양가가 ‘초부자’냐”며 민주당이 “새내기 부부마저 갈라치기한다”고 밝혔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중산층을 지원해 혼인·출산율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민주당 주장처럼 기본공제 한도를 높인다면, 저출생 문제 해결이라는 정책적 효과도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반론도 많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전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결혼과 첫째 출산이 늦어지는 것과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관련이 있다”며 “지금 별로 도움이 없어도 잘하고 있는 분들한테 더 얹어주는 것은 정책효과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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