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신산업과 공공부문에 대기업과 대자본의 참여를 독려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정부는 재정여력이 부족해 민간자본의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명분을 들고 있지만 주거·교통 등 공공영역까지 기업들에 내주면서 세금까지 깎아주기로 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생태계가 더 대기업으로 치우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7일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부동산 서비스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리츠(부동산 투자신탁)나 부동산 펀드를 통해 15년 이상 장기임대주택에 투자하는 법인의 배당소득과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는 장기임대주택을 조성할 재정이 부족해 대규모 자본 유치가 필요하며,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등을 조성하기 위한 리츠에 은행이나 보험사 등의 투자 참여가 낮다며 이런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뉴스테이는 향후 분양 전환이 가능하고 공공임대주택보다 임대료가 비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민자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에도 민자 철도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기존 철도의 노선 공유 방안이 발표됐다. 대기업이나 대규모 투자 자본이 철도사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빗장을 풀었다. 하지만 민간자본이 참여할 경우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일 발표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에서는 공공소프트웨어 발주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대기업 참여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신소프트웨어 분야는 앞으로 대기업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또 대규모 공공소프트웨어 사업을 임대형민자사업(BTL) 등으로 추진하기 위해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법을 고치기로 했다. 신산업분야 전자정부 시스템을 개발할 때는 해외진출 관련 심사항목을 넣어 대기업을 우대키로 했다. 대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경력’이 필요하다는 게 명분이다.
교육분야에도 대기업이 뛰어든다.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의 기술을 이용한 미래형 학교를 구축하는 데 민간기업을 유인하겠다는 것이다. 와이파이 설치 등 대규모 설비투자는 현실적으로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어렵다. 지난달 28일 나온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도 대기업의 신성장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현행 20%에서 30%로 높여주기로 했다. 신성장산업은 미래형 자동차, 지능정보, 차세대 소프트웨어, 콘텐츠, 바이오·헬스, 에너지신산업·환경, 로봇 등을 망라한다. 세액공제율 30%는 현행 중소기업 세액공제율과 같은 수준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은 없었다.
정부가 주요 정책에 대기업을 끌어들이려 하는 것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 투자에 나설 곳이 누가 있느냐. 대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정여력 부족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대기업에 치우친 국내 기업생태계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단기에 성과를 내기 위한 대기업 몰아주기 위주 정책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막고 경제구조의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윤승민·박병률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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