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몸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프로야구 선수들의 노력은 식생활의 전반적인 변화로도 나타나고 있다. 선수들 스스로 술·담배를 줄이고 자신에 맞는 식단을 꾸리는 등 개인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는 가운데 구단 또한 선수들 몸관리를 위해 비시즌 식단까지 신경을 쓰는 추세다.
한 구단 베테랑 트레이너는 “80년대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무조건 잘 먹기’를 강조했다. 뱀 같은 ‘혐오식품’도 주변에서 좋다고 추천하면 가리지 않고 먹을 정도였다”기억했다. 여기에 “적잖은 선수들이 술도 많이 마셨다. 지금 기준으로는 프로 스포츠 선수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 시절과 지금의 선수를 비교하며 “최근에는 술 먹는 선수는 극히 일부인 데다 담배 피는 선수도 대폭 줄었다. 전에는 흡연장소에 꽁초가 수북히 쌓였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없다”고 말했다.
식단 또한 철저히 챙긴다. 각자에 맞는 식단도 만들어간다. 롯데 외야수 손아섭(31)은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을 고집한다. 손아섭은 “다른 선수들은 힘을 내려면 탄수화물이 필요하다던데 나는 지방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밥은 반공기만 먹고, 빵, 면류 등 밀가루 음식은 잘 안먹는다. 대신 야채를 많이 먹는다”고 말했다. 직·간접적으로 체혐한 효과가 있다. 손아섭은 “주변에서는 살이 좀 빠졌다고들 하는데 내 몸무게는 안바뀌었다. 근육량은 더 늘었다”며 “KT 황재균 형도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을 하는데 아픈 데가 없다”고 했다. 손아섭 역시 팀이 83경기를 치르는 동안 81경기에 출장하며 ‘철인’의 면모를 이어가고 있다.
KT 베테랑 외야수 유한준(38)은 시즌 도중에는 가족 외식 메뉴를 무조건 스테이크로 고정한다. 프로 선수에게 단백질 보충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혹여나 먹고 탈이 날까 싶어 시즌 중에는 생선회나 초밥처럼 익히지 않은 음식은 피하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술·담배뿐 아니라 커피와 탄산음료를 마시지 않을 뿐 더러 자극적인 매운 음식도 입에 대지 않는다. 유한준과 넥센에서 함께 뛰었던 박병호는 “(유)한준 형이 진짜 열받으면 콜라를 한잔 마신다. 그러면 후배들이 ‘괜찮으시냐’고 말을 건넸을 정도”라고 했다. 한 구단 트레이너는 “탄산음료가 선수들에게 좋지 않다고 하니 구단들이 스포츠 음료를 많이 제공한다. 선수들도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할 기능성 음료를 찾아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구단들도 선수들의 비시즌 식생활까지 관여한다. 구단 트레이닝 파트는 팀의 간판 선수들뿐 아니라 저연차, 혹은 아직 구단에 합류하지 않은 신인지명 선수들에게까지 비시즌 식단을 구성해 준다. NC는 올해 스프링캠프 때 선수들에게 ‘하루에 물을 3ℓ씩 마실 것’을 강조했다. 근육의 70%가 수분으로 돼 있어 운동 뒤 선수들이 회복하고 부상을 방지하려면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먼저 물 많이 마시기에 나섰고, NC를 비롯한 국내 구단들도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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