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무더위가 힘들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불펜 투수들은 더욱 괴롭다. 언제 어떻게 투입될지 모르는 건 시즌 내내 마찬가지지만, 무더위가 겹치니 어려움은 배가 된다. 더위에 힘들어하는 불펜은 여름철 총력전을 앞둔 모든 팀의 고민거리다.
불펜투수들은 10구단 체제가 갖춰진 2015년 이후 7월에 성적이 나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3년간 불펜의 월별 평균자책점을 보면, 해마다 6월에 비해 7월이면 치솟았다.
2015시즌에는 개막 후 6월까지 매월 4점대였던 불펜 평균자책점이 7월 5.34까지 올랐다. 5·6월 모두 불펜 평균자책점이 5점대였던 2016시즌에서도 7월 평균자책점(5.58)은 6월(5.38), 5월(5.32)보다 높았다. 불펜 투수들의 등판 횟수나 투구 이닝이 그전 2년보다 줄었던 지난해에도 7월 평균자책점이 전월보다 오르는 현상(5.45→5.53)은 사라지지 않았다.
7월과 함께 시작된 장마의 영향으로 지난 1·3일 이틀동안 6경기가 취소된 가운데, 벌써부터 불펜이 불을 질러 승패가 뒤집힌 경기가 나왔다. 지난 3일 잠실 NC-LG전에서는 팀이 4-3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한 LG 마무리 정찬헌이 1이닝 동안 3실점(2자책)해 4-6 역전을 허용했다. LG 타선이 9회말 동점을 만들었지만 이미 7~8회 필승조 3명을 쓴 LG 불펜은 연장 10회초 대거 7점을 내주고 패했다. 6월 내내 등판하지 않았던 선발 요원 김대현까지 불펜으로 냈지만 9회초 허용한 역전이 두고두고 뼈아팠다.
시즌 초반보다 떨어진 체력에 더위까지 대비해야 하는 불펜투수 개인에게도 7월 나기는 어렵지만, 각 팀의 벤치도 불펜 기용은 어려운 과제가 된다. 특히 올해는 8월 중순부터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예정돼 있다. 약 3주 정도의 휴식기를 고려해 7월에는 총력전이 벌어질 수 있다. 모든 팀은 이길 수 있을 만한 경기에서 필승조를, 여차하면 선발 요원들도 경기 중간에 투입하며 승부를 걸 수 있다. 선두 두산이 크게 앞서나가고 있긴 하지만, 2~4위와 5~7위의 간격은 아직 촘촘하다. 순위싸움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선 모든 팀이 승부를 걸 법하다.
문제는 총력전이 투수들의 과부하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장기간의 휴식이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있다고 해도, 예정에 없던 등판이나 연투가 누적되면 투수들에게 무리가 가기 마련이다. 여름철 중간계투로 투입된 선발 투수들이 시즌 막판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무너져 소속팀도 가을 야구 경쟁에서 멀어진 사례도 종종 있었다.
여기에 우천으로 취소되는 경기가 빈번해지면, 벤치에서 감안해야 할 변수는 늘어난다. 다음날 비 예보를 믿고 승부를 걸어야 할지도, 9월 이후 편성될 경기에 승부를 내야할지도 모두 고민해야 한다. 투수들에게도, 투수를 쓰는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도 올해 7월은 잔인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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