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박종훈이 지난달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과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SK 박종훈이 지난달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과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희망 등번호 50번, 예비 등번호 두어개, 유니폼, 바람막이에 필요한 신체 사이즈…. SK의 ‘심해 잠수함’ 박종훈(27)은 지난 1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야구 대표팀 유니폼과 의류를 맞출 때 필요한 정보들로 빈 칸을 채웠다. 지난 11일 발표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박종훈은 연신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 국가대표 상비군일 때 대표팀 유니폼을 맞춘다고 신체 사이즈를 적어놓고 정작 대표에 선발 안된 적이 있었어요”라며 웃었다.

마운드의 흙이 묻을 듯 아주 낮은 위치에서 공을 놓는 특유의 언더핸드 투구폼 덕에, 박종훈은 ‘국제대회 비밀 무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박종훈도 “팀 외국인 선수들로부터도 투구폼이 생소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국제 대회에서 생소함을 무기로 좋은 승부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2013년 톈진 동아시아경기대회 때 결승전도 또렷이 기억할 정도로 국가대표에 대한 애착이 크다, “일본전에서 7이닝 3실점 하고 패전투수가 됐어요. 솔로 홈런만 3개 맞았는데, 타자들이 1점 밖에 못 뽑아서…”

그러나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규모가 큰 대회에서는 대표로 뽑히지 못했다. 올해도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팀내 투수들 중 김광현(7승)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6승을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은 5.00으로 높았다. 박종훈은 “병역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황도 아니고, 성적이 좋은 투수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박종훈은 2012시즌을 마친 뒤 상무에 입대해 군 복무를 마쳤다. 

다만 생소함이라는 무기를 잘 갖춘 채 제구력을 향상시켰다. 2016년 9이닝당 볼넷이 5.85개였던 박종훈은 지난해 3.63개, 올해는 3.00개로 꾸준히 줄여나갔다. 반면 9이닝 당 삼진은 지난해 6.36개에서 올해 7.57개까지 늘렸다. 2016~2017년 2년 연속 사구(死球)왕의 불명예도 벗어던지려 하고 있다. 지난해 151.1이닝 동안 내준 몸에 맞는 공이 25개인데, 시즌을 절반 가까이 치른 현 시점에서 박종훈이 허용한 사구는 4개뿐이다. ‘안타를 맞아도 괜찮다, 맞으면서 발전할 수 있다’고 마음을 고쳐먹은 덕이다.

그러면서도 박종훈의 눈엔 아직 더 나아져야 할 것들이 밟히는 모양이다. 박종훈은 “지금까지의 모습을 평가한다면 100점 만점에 70점”이라며 “지난해보다 나아진 것들이 있긴 하지만, 초구 스트라이크를 전보다 더 많이 잡고, 위기상황에서 더 빠른 승부를 하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문승원과 함께 올 시즌 SK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켜왔지만, 아직 경기당 5.1이닝 정도에 불과한 이닝 소화능력도 늘리고 싶다.

이제 박종훈의 눈은 아시안게임을 향하고 있다. 함께 대표팀에 승선한 최정이 “아시안게임 가면 같이 좀 챙겨달라”고 장난스레 부탁을 한단다. 한국보다 더운 기후와 빡빡한 대회 일정이 대표팀을 기다리고 있지만 박종훈은 “더운 데서 야구하는 것은 전혀 새로울 게 없다”며 “공 던지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연투도 괜찮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하나, 팀의 한국시리조 진출도 박종훈의 목표다. 2010년 박종훈이 입단했을 때만 해도 SK는 한국시리즈 ‘단골손님’이었다. 그가 상무에 입대하기 전 보낸 3시즌 동안 SK는 한 차례 우승을 포함해 매년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그러나 그가 군대를 다녀오고 마운드의 주축이 되자 SK의 위치는 중위권에 머물렀다. 박종훈은 “매년, 우리 팀이 우승을 못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이번엔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과 우승을 위해 던져보고 싶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