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SK 최정, 제이미 로맥, 키움 제리 샌즈, 박병호. 이석우 기자

 

지난 30일 잠실 키움-LG전. 키움은 오랜만에 중심타선의 힘만으로 승리를 거뒀다. 1회초 박병호의 선제 결승 3점포에 이어 6회초 제리 샌즈의 쐐기 솔로 홈런으로 팀의 모든 점수를 내 4-2 승리를 거뒀다.

두 거포가 쏘아올린 대포는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홈런 레이스에도 영향을 미쳤다. 박병호는 지난 5일 고척 롯데전 이후 25일만에 홈런을 추가했다. 짧지 않은 공백 끝에 홈런을 추가했지만 앞서 벌어놓은 홈런이 많아 30일 현재 18홈런으로 이성열(한화)과 함께 홈런 공동 4위가 됐다.

박병호가 부진한 동안 장타를 추가해 온 샌즈의 경우 홈런 선두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시즌 21호포로 홈런 공동 선두 제이미 로맥-최정(이상 SK·22개)을 한개 차로 추격했다.

40홈런 타자가 5명이나 나온 지난해와 달리 타고투저 흐름이 꺾이면서 홈런레이스의 열기는 지난해에 못미친다. 2006년 이대호(롯데) 이후 13년만에 20홈런대 홈런왕이 등장할 가능성까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SK와 키움의 맞대결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홈런레이스는 또다른 전기를 맞고 있다.

양 팀의 토종-외인 우타자 듀오가 나란히 맞부딪치는 모양새가 됐다. 최정과 박병호는 모두 과거 홈런왕을 차지해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로맥은 2017년, 샌즈는 지난해 많지 않은 연봉에 대체 선수로 계약해 시즌 도중 합류했다가 국내 풀타임 첫 시즌에 만개한 장타력으로 각자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로맥과 샌즈는 30일 현재 7월 월간 홈런을 나란히 6개씩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박석민(NC)을 포함해 3명이 공동 선두에 나섰다.

넷의 소속팀 SK와 키움은 올 시즌 나란히 1·2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기도 해 서로를 대표하는 타자들의 홈런포 대결은 더욱 흥미를 끈다. 양 팀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5차전까지 치르면서 홈런포로 명승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1차전에서 SK가 홈런 4개, 키움(당시 넥센)이 홈런 3개를 각각 쏘아올려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끝에 박정권의 끝내기 홈런 끝에 SK가 승리를 거뒀다. 마지막 5차전에서는 키움이 박병호의 9회초 박병호의 극적인 투런포로 동점을 만들었으나, SK가 연장 10회말 김강민과 한동민의 연타석 홈런으로 끝내기 역전승을 거둬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손에 넣었다.

양 팀의 플레이오프 접전에서 보듯 장타의 힘이 승부를 갈랐다. 보다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 위한 선두권 두 팀의 사정이 맞물려 있어, 양 팀 거포들이 전면에 선 홈런레이스는 보다 흥미로워졌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