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키움전 6회초 2사 1,2루, 두산 최주환의 2타점 2루타 때 박건우와 페르난데스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5월8일. 두산은 잠실 KIA전에서 상대 좌완 에이스 양현종을 상대로 1-0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그 때까지만 해도 두산이 상대가 좌완 선발을 낸 경기에서 두달 가까이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이후 두산의 좌완 선발 잔혹사가 시작됐다. 15일 뒤 수원에서 좌완 금민철을 선발로 낸 KT에게 2-3 패배를 당했다. 이후 지난 2일 좌완 이승호를 상대 선발로 맞은 고척 키움전까지, 상대가 좌완 선발을 낸 경기에서 10연패를 당했다. 에릭 요키시(키움), 양현종 등 에이스급 투수뿐 아니라 김범수(한화), 이우찬(LG), 백정현(삼성) 등 하위 선발들이 나온 경기에서도 힘을 못썼다.

단순한 징크스 수준의 약세가 아니다. 두산은 올해 좌투수를 상대로 맥을 못추고 있다. 지난 2일 현재 두산의 올 시즌 좌투수 상대 팀 타율은 0.239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두산의 우투수 상대 타율이 0.288로 전체 1위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지난해 두산이 팀 타율 1위(0.309)를 기록하는 동안 우투수 상대로 0.310, 좌투수 상대로도 0.313로 가리지 않고 높은 타율을 기록한 것과도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두산이 좌투수를 상대할 때 더욱 두드러지는 약점은 장타력 부재다. 올 시즌 두산은 10개 구단 중 좌투수를 가장 많이 상대(980타석) 했음에도 홈런은 단 4개밖에 치지 못했다. 이마저도 전부 6월 이전에 기록한 것이다. 올해 좌투수 상대 장타율(0.310)은 지난해 좌투수 상대 타율에도 못미칠 정도로 낮다.

올해 한국무대에 데뷔한 호세 페르난데스가 오히려 낯가림이 없다. 좌투 상대로도 0.347의 고타율을 유지중이다. 반면 지난해 좌투수를 상대로 3할 중반대 고타율을 자랑하던 박건우(0.348)와 김재환(0.343)이 올 시즌 각각 0.235, 0.245를 기록하며 고전중이다. 지난해 좌투수 상대 타율이 3할을 넘겼던 양의지는 팀을 떠났고, 오재원은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고 전반적으로 타격 페이스가 가라 앉아버렸다.

공교롭게 두산은 좌투수를 상대로 가장 많은 112개의 볼넷을 골라냈다. 그러나 인플레이된 타구가 범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두산은 10개 구단 중 좌투수 상대로 가장 많은 외야타구(360개)를 날렸으나 가장 많은 외야타구가 아웃처리(172개)되기도 했다. 올해 빗맞은 외야 방면 타구가 뻗지 못하고 뜬공처리되는 현상이 전년대비 두드러진 것과 맥이 통하는 것 같다. 두산은 좌투수 상대로 가장 많은 병살타(31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자가 출루하고서도 맥이 끊겨 득점과 연관되지 않은 상황이 많은 것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우리가 좌투수 상대 타율이 떨어지는 점은 알고 있다”며 “코칭스태프들과 떨어진 타격 흐름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이 언젠가는 극복하고 치고 나가야 할 부분”이라며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선수들이 지난해 성적을 기준점으로 삼다보니 밸런스가 흐트러진 것 같다”는 김 감독의 말에 해결책이 있는지도 모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