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무소속 의원 외에도 10명의 여야 의원들이 가상자산(코인) 보유·거래 사실을 자진신고한 후 정치권 전반으로 비난 여론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여야가 사태 축소에 나서는 분위기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자문위)도 앞서 언론에 밝힌 것과는 달리 김 의원 외에 가상자산을 신고한 의원들은 이해충돌 소지가 없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그런 가운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는 27일 자문위가 의원직 제명을 권고한 김 의원 징계안을 1소위원회에 회부하면서 징계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여야는 김 의원 외 추가로 확인된 가상자산 투자 의원들의 정보 공개를 두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도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윤리특위에서 징계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가상자산을 자진신고한 권 장관 등을 범죄 혐의가 있는 김 의원과 엮어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가상자산 투기 논란이 확산하자 이를 잠재우려는 여야 입장이 일치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자진신고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결의한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한 가상자산 전수조사와 관련해 소속 의원들로부터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를 받아둔 뒤 민주당이 권익위에 동의서를 제출하면 자신들도 이를 제출하기로 했다.
자문위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과 윤재옥 국민의힘·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자진신고한 의원 중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보고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유재풍 자문위원장을 만난 뒤 “우리 당 소속 의원들은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 상임위원회에 한 분도 안 계신 걸로 확인했다”며 권 장관 등이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 발의에 참여한 것은 “이해충돌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가상자산 보유 거래 관련 이해충돌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앞선 자문위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앞서 국민의힘 5명(권영세 장관, 김정재·이양수·유경준·이종성 의원), 민주당 3명(김상희·김홍걸·전용기 의원), 무소속 2명(김남국·황보승희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 11명이 가상자산을 자진신고한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유재풍 위원장은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거래횟수와 금액을 기본적으로 봤고, 코인 종류와 소속 상임위원회를 겹쳐보며 이해충돌 여지를 살폈다”며 “11명 중 대다수가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자문위가 의원들의 반발을 우려해 이해충돌 판단 기준을 낮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유 위원장 보고를 받은 박광온 원내대표조차 “다 보도가 됐는데 이렇게 맹탕을 내놓으면 어떻게 하냐(고 자문위에 말했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자문위가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에 의할 때는 이해충돌에 좀 많은 인원이 해당될 것”이라며 “(이해충돌 소지가 없다는 것은 자진신고 의원들이 소속) 상임위와는 현재 저촉되는 게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자진신고 자체의 허점도 여지 없이 드러났다. 국회는 이날 ‘국회 공보’를 통해 ‘국회의원 가상자산 소유 현황 및 변동내역’을 공개했는데, 자진신고한 의원 중 권 장관과 김정재 의원은 가상자산 소유 현황에 ‘등록사항 없음’이라고 기재됐다. 21대 국회 임기개시일과 올해 5월31일 기준 가상자산 재고만 공개 대상이어서다. 나머지 9명 중에서도 김상희·전용기·조정훈·황보승희 의원 등 4명만 상세한 거래내역까지 공개했다.
윤리특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김 의원 징계안을 상정해 이를 1소위원회로 회부했다. 윤리특위 1소위는 주로 국회 활동과 관련한 징계 안건을, 2소위는 수사·재판 중인 사안 및 기타 사유에 의한 징계 안건을 심의한다. 1소위 위원장은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2소위 위원장은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다. 한때 민주당은 김 의원 징계안을 1소위에 회부하고 가상자산을 신고한 이 수석부대표 제척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국민의힘은 2소위 회부를 주장하면서 충돌이 예상됐지만, 결국 합의했다. 민주당 소속인 변재일 윤리특위 위원장은 “이 수석부대표가 코인을 소지했다는 비난이 있었지만, 국회법상 제척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리특위는 징계를 결정하는 데 김 의원 관련 자료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소위에서 심사하기로 했다. 김 의원이 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하는지가 징계 수위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소위나 전체회의 심의 과정에서 김 의원을 불러 직접 소명할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던 김 의원 징계안 처리는 다소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명 권고는 이미 제출된 징계안 처리와 비교했을 때도 공정성과 형평성을 현저히 잃은 결정”이라는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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