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문 내용을 문제 삼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야는 26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와 주52시간 노동제 완화 추진을 놓고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퇴행적 경제정책”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경제실정론을 거론하며 역공했다. 정부는 중견·중소기업 감세도 추진한다고 반박했다. 대중 무역을 포함한 외교관계를 두고도 정부·여당과 야당은 이견을 노출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이 대정부질문 첫날인 전날에 이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주제로 질의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경제 분야가 아니라며 반발했다.

 

국회 대정부질문 이틀째인 이날 민주당은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을 통해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려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신동근 의원은 부자 감세, 규제 완화, 주52시간제 무력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등 추진을 언급하며 “포용적 성장은커녕 노동자, 서민을 배제하는 친재벌기업·친부자 정책을 노골적으로 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월 10만원 임금 인상을 위해 손해배상과 구속의 위협 속에서 51일 간 파업을 했다. 반면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은 가만히 있어도 수천만원씩 세금을 줄여준다”며 “국민의힘 강령에 박혀 있다는 약자와의 동행, 경제민주화는 사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국민의당 의석 쪽에서 고함이 터져나왔고, 다음 질의자로 나선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신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도 “내년 세수가 줄어들 전망이고, 기업들은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데 대기업에 (세금) 4조 원을 깎아주면 힘들고 어려운 국민한테 갈 재정은 어떻게 되느냐”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주당 주장에 대해 “일부 대기업에만 감세한 것이 아니고 중소·중견기업에도 대대적인 감세를 했다”면서 “감세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중소·중견기업이 더 많다”고 반박했다. 또 “소득세도 개편하면서 상대적으로 중·하위 소득 구간에 있는 분들에게 혜택이 더 많이 가도록 배려하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경제 실정을 부각하려 애썼다. 조명희 의원은 “문재인 정권 5년 비과학적 정치방역과 탈원전, 정치가 과학을 압살해 버린 반지성의 시간이었다”며 “그 결과 국가 미래에 가장 중요하고 산업경제의 뿌리인 과학기술은 무시됐고 소외됐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태양광 발전 시설로 인한 산림 파괴, 한국판 뉴딜사업을 문재인 정부 실패 사례로 들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기 극복 이후로는 언제나 정부 본예산의 지출보다 수입이 더많았지만 지난 5년 간은 완전히 역전됐다”며 “포퓰리즘식의 정책은 경제금고를 튼튼하게 지탱하고 적절하게 배분해야 할 곳간을 순식간에 비워냈고 재정건전성을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도 여러 차례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주52시간제 완화에 대한 이견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임 의원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노동시간 유연성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며 “이제 겨우 52시간제가 안착돼 가는데 굳이 5시간 때문에 (유연화를 추진하는 데) 비판적인 시각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노동시간 개혁 추진방향에 따르면 한 달에 한 주는 최대 69시간 노동이 가능해진다. 이 장관은 지난 21일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 발표에서 현재 일본 수출규제 품목 연구·개발(R&D)까지 확대 허용해온 특별연장근로제(주 52시간 → 최대 64시간)를 9월부터 전체 반도체 R&D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한 총리와 이 장관이 대우조선해양 파업과 관련해 업계 피해를 강조하자 “노동자들은 보이지 않던가요” “좀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대중 무역과 관련해서도 윤석열 정부와 이견을 보였다. 한덕수 총리는 대중 무역 적자의 원인을 묻는 김경협 민주당 의원에게 “저는 중국 경제가 거의 꼬라박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상대로 한 앞으로의 수출 포텐셜이 과거 같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지금은) 우리의 수출과 수입선, 국제 분업체계를 다원화할 절실한 시기”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특정 국가에 대해서 지나치게 높은 대외 의존도가 문제면 조용히 줄여나가면 되지, 요란하게 상대를 자극하면서 할 필요가 있나”라며 “반중 외교전략이 위기를 더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고 했다.

 

전날 대정부질문에 이어 경찰국 신설을 놓고 여야 간 충돌도 벌어졌다. 김한정 의원이 “경찰국 설치가 그렇게 시급하고 중대한 국정과제냐”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12·12 쿠데타’ 발언을 철회하라”고 요구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경제 질의를 하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한 총리는 “표현이 좀 과하기는 했지만, 사안의 절실성과 중대성에 비해서는 행안부 장관이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전기요금 인상의 책임이 전 정부의 탈원전에 있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저원가의 원전 비중이 줄고 고원가의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이나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진 것이 상당 부분 요금 인상 요인”이라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