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서영교 경찰장악 저지대책단장,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 등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 경찰장악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통령실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26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대해 “행정 쿠데타 같은 발상”이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원내지도부 등 소속 의원들이 단체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까지 찾아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며 강력 항의했다. 민주당은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과 함께 국회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 추진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으로서는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며 정국 주도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당내 ‘윤석열 정부 경찰장악 저지 대책단’, 민주당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등 20여명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 국기문란을 일으키는 것은 윤석열 정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경찰들이 하나회의 12·12 쿠데타 같은 발상을 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 측근인 이상민 장관이야말로 행정 쿠데타 같은 발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대통령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했으면 이런 상황이 왔겠느냐”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시행령 개정안은) 보통 40일간 입법 예고 기간을 갖는데, 4일 만에 전광석화로 군사작전 치르듯 (정부가) 경찰국 신설을 서두르고 있다”며 “경찰청장 후보자가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참석한) 이분들에 대한 징계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 또한 너무 과도하다”고 말했다.

 

경찰장악 저지 대책단장인 서영교 의원은 지난 24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부적절하다고 발언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을 향해 “역사 공부, 정부조직법 공부 더 해야 비서실장 자격이 있는 게 아니냐, 대통령에게 딸랑딸랑만 해서 되겠냐”고 말했다. 경찰 출신 임호선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을 손아귀에 넣었다면 이제 이상민 장관을 통해 경찰을 장악하겠다는 의도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윤석열 정권의 도를 넘은 경찰장악 야욕으로 대통령 취임 두 달여 만에 경찰의 독립성 훼손은 물론이고 국민 주권마저 침해받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회의에 참석한 경찰들을 향해 ‘쿠데타’ 운운하지 말고, 경찰개혁을 논한다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견 후 경찰 집단행동 징계 조치 철회와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 서한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민주당은 이날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법적 대응과 국회 차원의 대응을 검토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당내에서는 이 장관에 대한 행정소송과 함께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의 행태를 보면 15만 경찰들을 쿠데타 세력으로 규정하고 (경찰의) 의견 표출을 총을 든 소동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말 부적절하고 무례하다”며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사안들은 쌓이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 문제에 대해선 국회 내에서 먼저 따져보고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 출신인 박범계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행안부 직제령에 의해 경찰국을 설치하는 것은 헌법 위배이자 정부조직법 위배”라며 “필요하다면 경찰국 설치나 법무부 내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문제를 법적인 쟁송의 대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 일부에서는 해당 사안을 놓고 민주당이 섣부르게 나서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사자인 경찰이 대거 반대 입장을 공표하고 나서면서 여론 주목도가 높은 상황인데 정치권이 목소리를 더할 경우 해당 사안이 여야 정쟁 대상으로만 비춰지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초선 의원은 “경찰장악 반대가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하는 이야기로 비쳐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