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욕망

최형진·김대수 지음

빛의서가 | 300쪽 | 2만원

‘잘 먹어서’ 살이 찐다고들 한다. 의과대·생명과학대 교수인 저자들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현대인은 먹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해서 많이 먹고, 살이 찐다. 영화관에서 눈 깜짝할 새 팝콘을 비우듯, 스마트폰 등 영상 매체를 보며 식사하면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 느끼는 게 둔해진다. 식사의 만족감이 떨어지고 먹는 양이 늘어난다. 먹는 상상만으로 배부름을 느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거꾸로 말하면 인지하지 못한 채 식사를 하면 배부름을 느끼기 어렵다. 그렇다고 좋아하던 음식을 극도로 줄이거나 먹지 않는다면, 그 음식에 대한 갈망과 집착이 커지게 된다. 스스로를 자책하며 음식을 금지할수록 음식에 대한 집착이 더 커지고, 폭식하고 난 뒤 다시 자책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인간이 쾌락을 찾고 고통을 두려워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결과다. 과하지 않고 충분한 식사가 결국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인간의 뇌는 음식에 대한 인지만으로 배부름을 느끼게 한다. 빛의서가 제공

 

인간의 뇌는 눈앞의 보상을 택하면 도파민이 활성화되고, 장기적인 보상을 선택하면 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 문제는 도파민 시스템이 전전두엽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눈앞의 음식을 참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다. 결국 뇌가 ‘먹는 것’ 대신 ‘먹지 않는 것’을 보상이라고 인식하도록 하는 게 다이어트의 선결과제다. 먹은 음식들을 기록하는 일은 ‘먹지 않는 것’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하므로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

인간의 먹는 본능을 의학과 뇌과학으로 설명한 책이다. 살기 위해 먹던 인류가 맛과 식감 등 다양한 감각을 경험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과정, 마른 몸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지나친 열광, 최근 다이어트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왜 부작용이 발생하는지까지 광범위하게 다뤘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