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의 세계와 백성에 무심한 왕실
‘킹덤’처럼 조선시대 배경 오컬트
CG·전자기타음 배경으로 강렬한 액션
‘그루트’ 닮은 ‘꺼먹살이’ 인기
“그루트 닮은 귀신 굿즈 내줘라”
공개 수일 만에 비영어권 쇼 2위
‘중국풍’ 비판에 8부작 짧은 길이
노윤서 연기에 호불호 갈리기도

조선의 세자들은 동궁(東宮)에 살았다. 해가 떠오르는 동쪽에 미래 군주가 될 세자를 살게 하면서, 힘을 실어주고 밝은 미래를 기원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의 분위기는 밝음과 거리가 멀다. 세자들이 잇따라 죽은 뒤 벌어지는 일을 그린 ‘조선 오컬트’다. 밝은 미래보다는 어두운 ‘귀(鬼)의 세계’, 그리고 다양한 볼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세자들이 잇달아 숨을 거두자, 궐에는 ‘연못 귀신’ 탓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돈다. ‘왕’(조승우)은 무당의 아들 ‘구천’(남주혁)을 궐로 들인다. 왕은 구천에게 연못 귀신을 쫓으라고 명하고는, 궐 밖에 살던 옹주 ‘생강’(노윤서)도 궐로 불러 구천을 돕게 한다. “내 눈과 귀가 되어 그 자를 감시하라”는 말과 함께.
구천은 연못 옆 큰 나무에 줄을 매고, 줄의 다른 끝으로는 자신의 목을 묶는다. 그 상태로 연못으로 들어가면 귀의 세계에 닿을 수 있다. 귀의 세계에서 배경은 현실과 같지만, 사람 대신 귀신들이 자리를 채운다. 방에 누운 세자가 앓는 것은, 귀의 세계 속 같은 방에서 악귀가 괴롭힌 결과다. 피를 묻힌 나뭇가지는 귀의 세계에선 무기가 돼 악귀를 벤다.


<동궁>은 2018년 OCN <손 the guest>, 2021년 tvN <불가살> 둥 오컬트 드라마를 연이어 공동집필한 권소라·서재원 작가가 조선 세계관을 전면에 내세워 쓴 작품이다. 다만 묘하게 2019년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이 겹쳐진다. <킹덤>은 갓과 관을 쓴 이들이 등장하는 가상 조선을 배경으로 만든 좀비물이라는 독특한 설정 아래 지배층의 부패나 남녀차별 같은 문제를 엮어냈다. <동궁> 역시 조선과 오컬트를 결합하는 한편, 백성의 삶에 무심하고 자신의 안위에만 몰두하는 왕실의 모습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조선과 악귀는 아주 이질적인 조합은 아니지만, <동궁>은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 전자 기타 음이 두드러지는 배경음악 등을 사용하면서 현대적 느낌을 더한다. 붉은 기운이 두드러지는 귀의 세계와 서늘한 푸른색이 주로 쓰인 현실 세계 간의 대조는 강렬한 시각적 대비를 이룬다. 그 속에서 전개되는 구천의 액션은 백미다.

또 다른 볼거리는 ‘꺼먹살이’다. 산 사람에게 들러붙어 양기를 빨아먹는 귀매(鬼魅)로, 귀의 세계에서는 본모습을 드러내며 다른 악귀들과 싸우기까지 한다. 구천은 꺼먹살이를 손사래치며 피하지만, 평소엔 아이처럼 귀여운 모습을 한 꺼먹살이는 그런 구천을 따라붙는다. 마블 유니버스의 ‘그루트‘를 연상시키는 꺼먹살이를 보며 팬들은 “인형이나 키링, 굿즈를 내놓으라”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해외 작품인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나 영화 <콘스탄틴>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동궁>을 연출한 최정규 감독은 지난 21일 인터뷰에서 “(그 작품들과)함께 언급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너무 감사하고 영광”이라며 “그 작품들을 의식하고 만든 것은 아니었다. 현실 이면의 초자연적인 세계는 인류가 존재한 이래 계속 있었던 개념”이라고 말했다.
한국 특유의 소재를 바탕으로 해외 시청자들을 겨냥한 효과는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다. 투둠이 집계한 7월 13~19일 ‘비영어권 쇼 톱 10’ 순위에서 <동궁>은 <김부장>에 이어 2위를 기록했는데, <동궁>이 17일 공개된 신작임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호응을 얻고 있는 셈이다.
다만 한국 전통 양식보다는 ‘중국풍’에 가깝다는 점, 오컬트를 내건 데 비해 공포의 강도가 떨어진다는 점, 흥미롭고 다양한 설정을 모두 다루기에 짧은 길이(8부작) 등을 두고 호불호도 갈린다. 조승우와 ‘대비’를 맡은 장영남, ‘세자’ 곽동연 등 배우들의 호연이 대체로 돋보이지만, 주연 노윤서의 연기가 사극과 어울리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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