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일(33·두산)이 스스로 보기에도 자신의 올 시즌 타격감은 부침이 심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20홈런을 쳐냈고 올해도 김재환(13개)에 이어 팀 내 홈런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오재일은 좋을 때의 폭발력과 나쁠 때의 침체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선수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올 시즌 개막 직후인 4월 초에 타율이 1할대 초반에 머물자 2주 가량 2군에 다녀오기도 했다. 5월18일 문학 SK전에서 2홈런 7타점을 몰아쳐 부활하는 듯 싶다가 정확히 한 달 동안 홈런이 멎기도 했다. 두산 타선이 6월들어 침체에 빠지며 오재일의 마음고생은 더 심해졌다.
7월, 오재일은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16일까지 치른 12경기 월간타율이 0.341. 최주환(0.370)에 이어 팀 2위다. 홈런도 4경기에 한 번 꼴로 하나씩 쳤고, 13타점을 올리며 경기당 평균 1타점 씩 기록했다. 꾸준히 좋은 타격 페이스로 지난 13일 사직 롯데전부터 3경기 연속 3번 타순에 선발 출전했다. 16일 잠실 KT전에서는 무안타에 그쳤으나 볼넷을 두 번 골라내 밀어내기 1타점을 올렸다.
16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오재일은 “사실 요즘 1~2경기 잘한 뒤 부진한 적이 여러차례 있어서 신경이 쓰였다”면서도 “최근 타격감이 살아난 건 분명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좌측으로 밀어친 타구 중에 좋은 타구가 많이 나왔다”는 걸 들었다. 변화를 유추해볼 수 있는 통계도 있다. 6월까지 오재일의 그라운드 좌측 타구 타율은 0.214에 불과했으나 7월들어 0.385까지 올랐다.
의식적으로 밀어치기에 신경을 쓴 것은 아니다. 오재일은 “마음을 비우니 좋은 타구가 나왔다”고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팀 타선이 전체적으로 침체됐던 6월 하순쯤 “선수들이 지난해 좋은 성적을 타격 기준으로 삼다보니 힘이 들어가고 밸런스가 무너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오재일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저뿐 아니라 팀 선수들이 지난해 ‘커리어 하이’를 찍었는데, 그러다보니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무너진 것 같다”며 “신경쓰지 않아야 하는데, ‘사람인지라’ 눈에 보이는 성적에 미련을 놓지는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지만, 내 스윙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타격이 좋아진 것 같다”며 “사실 시즌 개막 전부터 코치님들이 같은 얘기를 많이 강조해주셨는데, 내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이제야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의 좋은 타격 페이스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또 다시 침체기에 빠지지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오재일은 “이번 올스타 휴식기 때 잘 쉬고, 운동도 충분히 하면서 체력 관리를 잘 하다보면, 8,9월에도 좋은 모습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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