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티빙 <인 더 하우스>


“제작진 쪽에서 ‘<인 더 하우스> 보시려면 봐라’ 제안도 있었고, 이제 보려고요. 왜냐면 미리 보고 촬영하면 알게 모르게 영향받거든요. 그건 뭔가 의식을 안 할 수 없어요. 이제 찾아보려고요. 어떻게 다른가.”
지난 2일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의 주연 배우 최민식과의 인터뷰 도중 이 말을 들었을 때, 영화 <인 더 하우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맨 끝줄 소년>의 원작은 2006년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가 쓴 동명 희곡인데, 2012년 프랑스에서는 영화 <인 더 하우스>(Dans la maison)가 같은 희곡을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마침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와 티빙에서 시리즈 <맨 끝줄 소년> 공개와 발맞춰 <인 더 하우스>를 전면에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넷플릭스의 <맨 끝줄 소년>을 봤던 입장에서, 14년 전의 프랑스 영화는 같은 원작을 어떻게 다르게 각색했을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괴팍한 글쓰기 스승과 재능 있는 제자. 원작의 주된 구도는 영화, 시리즈에서 모두 나타납니다. 다만 대학교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맨 끝줄 소년>과 달리, 영화는 원작처럼 고등학교가 배경입니다. 문학 교사 ‘제르망’(파브리스 루치니)은 수업 과제를 채점하며 글을 못 쓰는 ‘요즘 애들’에 혀를 차다가 ‘클로드’(에른스트 움하우어)의 글에 꽂힙니다. 어머니 없이, 사고로 장애인이 된 아버지와 사는 클로드는 같은 학교 친구 ‘라파’(바스티앙 우게토)에게 관심을 둡니다. 고등학생이 됐는데도 부모님과 서먹하긴커녕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에 호기심이 생겼던 것이죠.
제르망은 클로드에게 ‘재능이 있다’며 따로 수업을 합니다. 클로드는 숙제마다 라파 가족의 이야기를 쓰고, 제르망은 그 글을 보며 소설 작법에 대해 가르칩니다. 인물을 어떻게 묘사해야 하고, 갈등을 어떻게 고조시켜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요.

그러다 무리수도 던집니다. 클로드가 라파의 집에 갈 수 있던 건 라파에게 수학을 가르치기 위해서였는데요. 클로드는 라파가 수학 시험에서 낙제하면 그 집에 갈 수 없고, 글도 쓸 수 없게 된다며 제르망에게 수학 시험지를 훔쳐 달라고 부탁합니다. 처음엔 거절하던 제르망은 결국 문제를 클로드에게 알려줍니다.
제르망도 클로드가 쓴 이야기에 푹 빠집니다. 어느 날 제르망은 문학 수업 중 라파에게 글을 못 쓴다며 공개 망신을 줬는데요. 클로드는 라파에게 수학 과외를 하던 중 ‘교내 신문에 제르망을 비난하는 글을 쓰라’고 부추깁니다. 라파의 이름으로 교내 신문에 대신 글을 써주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제르망은 그 사실을 클로드를 통해 미리 알았는데도, 자신을 비난하는 글이 신문에 실리길 오히려 기다립니다.
클로드의 이야기는 라파 부모님의 사생활로까지 이어집니다. 제르망은 “넌 욕망과 글을 혼돈하고 있다”고 하지만 클로드는 “선생님한테 배웠어요”라며 맞받아칩니다. 이야기는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파국을 향해 흘러갑니다.

글에 대해, 욕망에 대해 집착하던 이들이 결국에는 파멸하는 이야기. 영화와 시리즈의 공통점입니다. 다만 시리즈에서 교수 ‘허문오’(최민식)가 열등감을 느끼는 작가 ‘김수훈’(허준호) 같은 인물이 영화에선 나오지 않습니다. 시리즈에서는 제자 ‘이강’(최현욱)이 들여다보는 집이 사실 김수훈의 집이었다는 게 중반부에 밝혀지면서, 김수훈의 치부를 밝히겠다는 허문오의 열망이 극도로 달아오릅니다.
클로드가 바라보는 라파 가족의 사생활은, 이강이 관찰하는 김수훈 집의 사생활보다는 더 내밀해 보이기도 합니다. 제르망-클로드-라파 간 관계성이 허문오-이강-김수훈보다는 약하기에 표현의 수위가 높아진 게 아닌가 짐작해봅니다.
제르망이 라파 어머니에 대해 품는 감정을, 이강이 김수훈의 아내에게도 품는 듯한 묘사가 <맨 끝줄 소년>에서도 드러나긴 합니다. 하지만 시리즈에서는 그 감정이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어서 ‘왜 들어갔나’ 생각이 드는데, 영화에서는 꽤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영화에서는 라파의 집 이야기를 묘사하는 장면에 가끔씩 제르망이 나타납니다. 제르망이 클로드의 이야기를 고치라고 하는 수업 내용을 드러내는 장치인데요. 그 때문에 라파의 집에서 클로드가 얽히는 이야기가 어디까지 현실이고, 어디까지는 상상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시리즈와 다른 영화의 특색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작품이 더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영화와 시리즈 중 무엇을 먼저 보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번역된 원작 희곡을 찾아보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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