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특별무역지위 박탈 으름장에
‘기초자산’ 홍콩 증시지수 불안감
국내 금융시장에서 홍콩 증시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가연계증권(ELS)이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하고 이에 미국이 홍콩의 ‘특별무역지위’를 박탈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으면서다. 아직 미국의 홍콩 관련 제재가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국내 발행 ELS 중 여전히 홍콩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비중이 높은지라 투자자와 금융투자업계, 금융당국 모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7일 나이스신용평가의 ‘홍콩보안법발 미·중 분쟁 관련 국내 증권사 ELS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전체 ELS 미상환잔액 중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가 기초자산으로 포함된 상품의 비중은 55.6%다. 유럽의 유로스톡스50(87.1%),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79.1%)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국내 ELS 투자금 중 홍콩 주가의 변동에 따라 수익 및 손실이 결정되는 액수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증권사별로도 ELS 발행잔액 중 H지수 관련 상품 잔액 비중이 업계 평균(55.6%)보다 높은 곳이 7곳에 달했다.
업계와 당국 모두 홍콩 증시의 변화와 관련된 자금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2016년 중국 불황 전망 때도 위기
현재 H지수 올라 우려 단계 아냐
앞서 2016년 초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 따라 H지수가 급락하면서 관련 ELS가 ‘뜨거운 감자’가 된 적이 있어서다. 당시 H지수를 추종하는 총 37조원 규모의 ELS 가운데 4조원어치가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이 거액을 잃을 상황이었다. 적잖은 ELS는 투자 시 기준으로 정한 지수보다 일정 수준(약 40~50%대) 이상 하락(녹인 구간 진입)하고, 만기 전까지 지수가 일정 수준 이상 회복하지 못한다면 투자금을 모두 잃게끔 설계돼 있다.
다행히 ELS는 만기 전까지 H지수가 반등한 덕에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로 이어지지 않았다. 현재는 녹인 구간이 하향된 상품이 늘어나는 등 ELS 위험도도 상대적으로 줄어든 데다, 5월 9000대였던 H지수가 지난 4일 10066.25로 오르는 등 녹인 구간 진입을 우려할 단계도 아니다. 다만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기업들도 홍콩에 많이 진출한 만큼 홍콩 제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아 보인다”면서도 “ ‘특별지위 박탈’ 등 전례 없는 카드를 꺼낼 정도로 미국의 대중 기조가 바뀌었으므로 홍콩 ELS 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칫 지수 폭락 땐 자금시장 경색
금융당국선 ‘발행 총량 제한’ 검토
당국이 고민하는 지점은 또 있다. 지난 3월 유로스톡스50 등 지수 폭락으로 빚어진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사태와 그에 따른 자금시장 경색이 재발할 가능성이다. 당시 증권사들이 해외 파생상품시장에서 하루에 수조원 규모의 외환을 증거금으로 내라는 요구를 받았고, 이들이 외환을 급히 모으는 과정에서 국내 외환시장 유동성이 경색됐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유동성을 확보하려 기업어음(CP)을 대거 내놓자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다른 회사 CP가 안 팔리는 등 채권시장에도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 ELS 발행물량 총량을 제한하는 강도 높은 규제를 검토 중이다. 금투업계는 홍콩 ELS의 위험성이 부각되면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 마진콜 사태로 줄어든 ELS 판매가 더 위축될 수 있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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