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최근 3개월 상위 10개 주가 상승률
ㆍ코스피 72.6%, 해외는 44.3% 그쳐
코로나19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2020년 주식시장. 지형 변화는 여느 때보다 뚜렷했다. 주된 열쇳말은 ‘동학개미운동’, 또 하나는 ‘해외 주식 직구’였다. 코로나19 확산과 그에 따른 불안감으로 전 세계 주가 지수가 일제히 폭락하면서 두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우량주들, 그리고 애플·테슬라 등 미국에서도 각광받는 종목 주식들을 사기에 이만큼 좋은 때가 다시 오지 않으리란 공감대가 형성됐다.
부동산 시장까지 경색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주식시장에 유입됐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지수 코스피의 올해 최저치(1457.64)를 기록한 지난 3월19일부터 6월10일까지 국내 주식시장 개인투자자 순매수액은 12조32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 순매도액(12조2100억원)과 맞먹으며 ‘외세’ 외국인 투자금의 이탈을 넉넉히 방어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 예탁금이 46조5950억원에 달할 정도로 투자를 기다리는 자금 또한 많다
동학개미 투자금의 종착지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10일까지 국내 개인투자자 및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주식 매수액은 317억6900만달러, 매도액은 232만3800만달러였다. 지난해 1년간의 매수액(217억4800만달러)과 매도액(192억3700만달러)을 이미 넘어섰다. 개인투자자들이 지난해보다 더 올해 주식에 관심을 갖고 관련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는 점, 기관에 비해 개인이 공격적으로 투자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점 등을 미뤄보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증가는 더욱 가팔랐을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하락장에서 상승의 꿈을 꾸며 주식을 샀고, 이후 전 세계 주요 주가지수는 반등해 코로나19 확산 국면을 넘어섰다. 해외시장 등락에 민감한 코스피 역시 지난 11일 종가 2176.78을 기록하며 코로나19 국내 확산 이전 수준까지 돌아왔다. 그렇다면 국내 투자자들은 코스피와 해외 주식시장 중 어느 곳에서 더 많은 이득을 봤을까.
개인별로 투자한 종목이 다르고 주식을 사고판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수익 차이를 가늠하긴 어렵다. 다만 투자자들이 많이 사들인 종목의 시세를 비교해보면 대략적인 추세를 알 수 있다. 코스피·코스닥 종가가 올해 최저였던 3월19일 이후 지난 11일까지, 코스피의 국내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72.60%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위 10개 종목 주가 상승률(82.76%)보다는 낮지만 코스피의 회복력은 세계 주요 증시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교적 코로나19 방역을 안정적으로 해낸 덕이 컸다.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들이 순매수한 해외주식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44.37%에 그쳤다. 대다수 투자자들이 미국에 투자한 상태에서 11일 미국 증시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5% 이상 급락한 점이 반영됐지만, 그 하루치 변동폭을 빼더라도 상승률은 50%대로 코스피에 못 미친다. 같은 기간 장기투자를 했다면, 해외 유명 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보다 국내 우량주를 사들인 투자자들이 더 이득을 봤던 것이다.
국내 유가증권과 해외를 관통하는 주식 투자 키워드는 ‘비대면’이다.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를 대표하는 네이버·카카오에 투자금이 몰렸다. 전통적인 대장주인 삼성전자에는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리란 기대까지 더해져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이 됐다. 해외 주식 중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회사들이 비대면 흐름과 맞물려 많은 선택을 받았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인 ‘해즈브로’는 트랜스포머 시리즈 완구 등을 생산하는 미국 유명 완구업체다. 비대면 생활에서 완구류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리란 기대 속에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비대면주 주가가 약 3개월간 가장 많이 뛰어오른 것은 아니었다. 코스피 시장 개인 순매수 10개 종목 중에서는 SK(140.19%)와 삼성SDI(111.75%), SK이노베이션(110.30%)의 주가가 배로 뛰었다. 해외에서는 같은 기간 테슬라의 주가가 127.50%나 급등했다.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기술 및 업체에 대한 관심이 주가 급등을 이끌었다. 한때 워런 버핏이 사들였다는 이유로 미국 항공관련주인 보잉과 델타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도 많았다.
다만 이달 초 버핏이 최근 하락한 항공주들을 매도했다는 소식이 들려 투자 흐름은 다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전통산업 주가가 오를 때는 비대면 산업 관련 주가가 떨어지고, 며칠 사이에 이 흐름이 반전되는 등 현재 주가 흐름에 변수가 많다”며 “전 세계 주식시장에 이미 3분기까지의 경제 재개 기대가 반영돼 주가가 상승해왔다는 점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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