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

허남설 지음

산지니 | 232쪽 | 2만원

경남 밀양시 밀주초교는 운동장을 놀이터와 공원을 갖춘 생태운동장으로 바꿨다. 경남도교육청 제공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부터 ‘15분 도시’는 본격적으로 화두가 됐다. 하지만 15분 도시는 교통수단을 늘려 집과 직장, 여러 다른 시설 간의 이동 시간을 줄이는 게 목표가 아니다. 안 이달고 프랑스 파리시장이 2020년 재선 공약으로 발표한 ‘15분 파리’는 ‘집에서 도보로 15분 이내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찾을 수 있는 도시’로 명시됐다. 15분 도시 개념을 정립한 카를로스 모레노 파리1대학 교수는 15분 도시의 핵심 요소가 ‘장소에 대한 애정’이라고 했다.

책은 애정을 담아 장소를 지키거나 변화시켜간 사례들을 조명한다. 강원 원주의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막으려다 재판까지 받게 된 ‘아카데미의 친구들’, 서울 성동구 송정동의 다가구주택을 3년간 무상으로 빌려 신생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유치한 ‘1유로 프로젝트’, 운동장을 놀이터처럼 꾸미고 1층은 북카페로 지역에 개방한 뒤 학생 수가 조금씩 늘어난 경남 밀양의 밀주초교 등이 소개된다.

전북 군산시민문화회관은 민간 운영자에게 최장 20년간의 운영권을 주고 자율적으로 이용하게 맡겼다. 858석의 좌석을 철거하고 지난해 8월 연 ‘군산북페어’에서는 이틀간 9800여명이 몰렸다. 공공이 설계한 시설에서 민간이 최소한 관리만 맡던 기존 ‘민간 협력’ 대신 민간의 참여를 늘린 사례다.

저자는 지역 개발을 위한 주민설명회가 직장인이 참석하기 어려운 평일 오후 열리는 점,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에 지역 주민이 ‘공정성 훼손’을 이유로 빠진다는 점을 꼬집는다. 15분 도시와 비슷한 이상을 품으며 1988년 영국 왕세자 찰스 3세가 주도했던 뉴 파운드버리가 실패한 점이 “일방적인 행정이 자초한 것”이라며, 15분 도시는 ‘모두가 만드는 것’이라고도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