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같은 성상 서사에 패러디 향연

티빙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

웹툰 원작답게 과장된 표현 극대화

박지훈 “배우들 즉흥 설정 재미 더해”

티빙 <취사병 전설이 되다> 6화에 나오는 ‘미각보이즈’의 뮤직비디오 장면. 유튜브 캡처

 

5인조 보이그룹 ‘미각보이즈’가 분홍빛 가득한 세트에서 춤을 춘다. 표정은 잔망스럽고 춤사위는 그럴듯한데 머리 길이가 조금 짧다. 검은 양복 남성이 나타나 주먹밥을 먹고는 함께 춤을 춘다. 노래가 끝나고 ‘엔딩 요정’처럼 헐떡이는 마무리까지, 한 편의 뮤직비디오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 6화의 한 장면이다. 주인공인 취사병 ‘강성재’(박지훈)가 훈련 중 만든 ‘아란치니 주먹밥’을 중대장 ‘황석호’(이상이)가 먹고 난 직후의 상황이다. 주인공의 요리 실력을 강조하고자 하는 장면은 요리를 소재로 한 만화나 드라마에서 이따금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3분에 이르는 뮤직비디오의 길이다. 황석호와 춤을 추는 ‘미각보이즈’ 5명은 같은 부대원들이지만 주먹밥 장면에서 중요한 인물들은 아니다. 그저 ‘맛 표현’을 위해 3분짜리 뮤직비디오를 따로 찍은 셈이다. 예사롭지 않은 관심에 미각보이즈는 오는 11일 Mnet 음악 방송 <엠 카운트다운>에도 출연한다.

티빙 <취사병 전설이 되다> 6화에 나오는 ‘미각보이즈’의 뮤직비디오 장면. 유튜브 캡처

 

<취사병…>은 동명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다. 강성재가 취사병으로 배치된 뒤 게임 캐릭터처럼 눈앞에 임무가 뜨고, 이를 수행하며 성장하는 서사가 중심이다. 3회부터 시청률 7%대를 유지하며 상위권에 올랐고,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에서 발표한 5월 4주차(25~31일) 드라마 화제성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덕에 흥행 배우 반열에 오른 박지훈의 존재만큼이나 큰 인기 요인은 끊임없는 패러디다. 음식을 먹은 사람이 우주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곤 했던 1990년대 말 만화 <요리왕 비룡>을 연상시킨다.

음식을 먹은 후의 과장된 표현은 주인공의 능력을 가늠케 하고 재미를 끌어올리는 장치다. <취사병…>은 이를 극대화했다. 2화에서 강성재가 미역을 온몸에 두른 채 대대장 ‘백춘익’(정웅인)과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처럼 손가락을 마주치는 장면은 시작에 불과했다. 3화에서는 귀순한 북한 주민이 강성재의 돈가스를 먹고 로커가 되며, 4화에서는 강성재가 감자탕을 만들고는 돼지 등뼈로 피리를 불며 춤을 춘다.

티빙 <취사병 전설이 되다> 7화에서는 ‘김관철’(강하경)이 돌아가신 할머니와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할머니의 얼굴이 ‘강성재’(박지훈)로 바뀐다. 유튜브 캡처

 

박지훈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제가 유머러스한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 더 끌렸던 것 같다”며 “현장에서 연기에 몰입하고 상대 배우의 반응에 많이 따라갔다. 현장에서 적혀 있는 대본보다는 살을 만들어 추가하는 데 그게 더 재밌었다”고 말했다.

티빙 <취사병 전설이 되다> 7화에서는 ‘박재영’(윤경호)이 <흑백요리사>의 백종원처럼 햄버거를 먹는다. 유튜브 캡처

 

등뼈 피리를 부는 강성재의 모습도 현장에서 튼 왈츠풍 음악에 따라 박지훈이 즉흥 연기를 하면서 완성된 신이다. 강성재가 햄버거의 맛을 시험하고자 행정보급관 ‘박재영’(윤경호)에게 먹이는 장면도 현장에서 세부 사항이 추가됐다. 박재영은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 백종원처럼 눈을 가리고 먹기까지 하는데, 박지훈은 “대본에 없던, (윤)경호 선배님의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장면은 유튜브·SNS를 통해 퍼져 화제가 되고, 드라마에 대한 관심으로 돌아오고 있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드라마를 짧은 영상으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짧은 영상으로 쪼갤 수 있도록 연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맛 표현을 3분 이상의 뮤직비디오로 나타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임적 요소를 차용한 연출 또한 <취사병…>을 재밌게 볼 수 있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박지훈은 “진지하기보다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라며 “스토리나 인물이 복잡하게 얽히지 않은 데다, 유머가 있다는 점이 드라마의 힘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취사병…>은 종영까지 단 4화가 남았지만 다음 시즌 제작에 대한 기대도 있다. 박지훈은 “내년에 입대해야 한다. 아이돌 활동도 하고 싶다. 빠듯하지 않을까”라면서도 “시기가 맞는다면 같은 팀으로는 다시 한번 (다음 시즌 촬영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티빙 <취사병 전설이 되다> 2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패러디했다. 유튜브 캡처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