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서 맡는 데 동의한다고 24일 밝혔다. 여야 양당이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서로 맡겠다고 하면서 국회의장단 선출 및 후반기 원구성은 그간 난항을 겪어왔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4월 여야가 구성키로 합의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국민의힘이 참여할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원구성 협상 속도는 여전히 지지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실무 협상을 재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양당) 원내대표간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하겠다”며 “합의대로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는 데 동의한다. 대신 국민의힘도 양당 간의 합의 이행을 약속해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당시 윤호중 민주당·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후반기에는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게 넘기고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범위를 엄격히 규정하자는 데 합의했다. 그동안 박 원내대표는 “전반기 원내대표에게는 후반기 원 구성 권한이 없다”며 야당이 된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국회 후반기 원구성은 늦어지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를 조속히 정상화해 민생과 경제를 우선 챙기고, 윤석열 정권의 독주를 막는데 민주당이 더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의견을 모았다”며 법사위를 양보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도 다수 의원들이 국회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이 먼저 약속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의힘에 원구성 지연 책임을 돌리려는 의도도 읽힌다.

박 원내대표의 제안 이후 송언석 국민의힘·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날 오후 만나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국민의힘의 사개특위 참여가 막판 쟁점으로 남았다. 박 원내대표가 언급한 ‘양당 간의 합의 이행’은 사개특위 구성 합의를 뜻한다. 양당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법(검찰청법 개정안) 입법 국면에서 지난 4월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 중재로 사개특위 설치 등을 합의했으나, 국민의힘이 합의를 파기하자 민주당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사개특위 구성 결의안을 의결했다.

진 원내수석은 이날 협상 후 취재진과 만나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에 (검찰청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사개특위 구성을 저지하기 위해) 사개특위 명단을 제출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검찰개혁 합의문 이행의 첫 걸음”이라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표시해 다행”이라면서도 사개특위 구성에는 반대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아산병원에서 고 조순 전 경제부총리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사개특위에 동의하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동의하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송 원내수석도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개특위 구성 결의안은 당시 국회 운영위원회에 상정됐을 때도 국민의 심판이 끝난 사안이라 협조할 수 없다고 했다”며 “지금도 입장은 같다”고 말했다.

윤승민·문광호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