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8년차 두산 마무리 이형범(25)은 자신이 프로에서 마무리 투수로 뛸 것이라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형범의 속구 최고 시속은 140㎞ 초반대에 형성된다. 마무리 투수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고 하지만, 위기상황에서 동점 내지 역전을 허용하지 않아야 하는 마무리에겐 타자들을 압도할 위력적인 공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이형범의 공은 묵직한 강속구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포심 패스트볼처럼 날아오다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변하는 투심 패스트볼이 이형범을 두산의 필승조로, 또 마무리로 탈바꿈시켰다. 이형범은 두산의 기존 마무리 함덕주가 부진하자 권혁, 김승회 등 베테랑들과 마무리 후보가 됐고, 어느새 고정 마무리로 자리잡았다. 이형범은 22일 현재 6월 9경기에 나와 9.2이닝을 던져 7세이브를 챙겼다. 그 사이 내준 자책점도, 블론세이브도 없다.
지난 2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이형범은 마무리로 자리 잡는 데 코치들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메인 투수코치인 김원형 코치와 정재훈 불펜코치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주무기 투심 패스트볼을 자신있게 던질 수 있던 데 코치들의 덕이 컸다고 했다. 이형범은 “투심은 2017년부터 던졌지만 ‘오른손 타자 몸쪽에 붙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제구가 잘 안됐다”면서 “그러나 코치님들이 ‘네 투심은 오른손 타자가 치기 어렵다. 몸쪽으로 붙이지 말고 그냥 가운데 보고 던져라’고 하셨다. 그 때부터 (투심 제구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형범은 “특별히 남들보다 더 담대하지는 않다. 상대에게 만만해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뿐”이라며 “선배님과 코치님이 ‘7·8회 나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냥 평소처럼 이닝 소화하면 된다’고 말해주시면서 격려해주셨다”고 말했다. 특히 두산의 마무리를 수년간 맡아왔던 정재훈 불펜코치는 이형범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정 코치는 이형범과 달리 현역 시절 주무기가 포크볼이었지만, 그리 빠르지 않은 구속으로도 마무리로 활약했다는 점이 같다. 이형범은 “매일 불펜에서 준비할 때, 코치님이 평소와 다른 점 등을 체크해주셔서 투구할 때 도움이 된다”며 “본인의 마무리 때 경험을 자주 말씀해주신다”고 했다. 이형범은 “코치님이 ‘승계주자가 많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도 실점하지 않고 내려오면, 다음 이닝은 더 자신감 있게 막을 수 있다’고 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 순식간에 5승을 쌓아 깜짝 다승 선두가 됐던 이형범은 5월들어서는 홀드를 쌓다가 세이브를 적립하기 시작했다. 한 때 승수와 홀드에 욕심을 두기도 했지만 이제 이형범의 목표는 ‘팀의 우승’으로 바뀌었다. 팀이 이길 수 있다면 마무리 자리를 다시 함덕주에게 돌려준다고 해도 괜찮다고 했다. 이형범은 “두산에 처음 왔을 때 비슷한 나이 또래 (함)덕주가 많이 대화하며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덕주는 한국시리즈에서 세이브도 올리고, 경험이 많은 좋은 투수다. 덕주가 제 모습을 되찾아 다시 마무리로 돌아온다고 해도 팀이 이길 수 있다면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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