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전반기, 영화감독 봉준호가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에서 한국 최초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32·LA 다저스)이 연일 선보이는 사이영상급 활약은 그에 못지 않게 놀랍다. 다양한 구종을 원하는 곳에 찔러넣는 류현진의 투구는 작품마다 세세한 디테일을 담아내 ‘봉테일’로 불리는 봉 감독과도 닮았다.
봉 감독과 류현진의 ‘평행이론’을 뒷받침하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2006년, 봉준호는 영화 <괴물>로 천만 관객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그 해 프로야구에서는 류현진이 데뷔와 동시에 영화에서나 볼법한 ‘괴물급 활약’을 선보였다. 데뷔 첫 해 다승(18승), 평균자책(2.23), 탈삼진(204개) 1위를 석권해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고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한 류현진에게 괴물만큼 잘 어울리는 별명은 없었다.
이 별명은 미국 진출 후에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류현진은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으며 ‘코리안 몬스터’로 소개됐다. 지금도 다저스 홈페이지는 류현진의 프로필에 별명을 ‘Monster’로 표기하고 있다.
한국 팬들에게 괴물 다음으로 잘 알려진 별명이 ‘류뚱’이다. 류현진이 자랑하는 거구의 풍채가 별명으로 굳어진 경우다. 프로 입단 초기의 몸매와 전성기를 구가할 때의 몸매가 비교돼기도 했다. 류현진의 몸매를 본 미국 언론에서 그의 몸상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미국 초창기엔 덩치에 비해 뛰어난 유연성을 바탕으로 우려를 불식시켰고, 어깨 부상 복귀 이후에는 몸관리에 만전을 기울이며 활약을 이어가는 중이다.
미국에서는 그의 성 ‘류’에서 변용된 별명이 많았다. 일단 류현진의 성 ‘RYU’ 자체가 별명이 됐다. 격투게임 ‘스트리트 파이터’의 캐릭터 이름과도 같아 쉽게 기억됐다. 다만 미국 팬들은 ‘류’라는 발음에 익숙하지 않아 ‘라이유’ 혹은 ‘리유’로 발음했다. 다저스 구단 트위터는 2013년 4월 ‘켄 그리피 류니어’ ‘류크 스나이더’ ‘류 캄파넬라’ 등 유명 선수의 이름을 비튼 류현진의 별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한화 선배 김태균이 ‘김별명’으로 통했을 시절의 별명 작법과 닮았다.
이런식으로 만들어진 별명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베이브 류스’다. 류현진이 타석에서 기대 이상의 맹타를 선보일 때마다 미국 언론은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타자 베이브 루스(Babe Ruth)의 이름을 살짝 비틀어 불렀다. 루스는 통산 714홈런을 친 강타자이기 전 1916년 23승, 1917년 24승을 올린 명투수이기도 했다. 같은 이유에서 붙은 한국식 별명은 ‘동산고 4번타자’다. 류현진은 인천 동산고 재학시절 투수와 4번타자를 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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