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데뷔 11년차에 보내는 첫 풀타임 시즌. 장영석(29·키움)의 화두는 ‘버리기’다. 매년 큰 기대를 받고 시즌을 맞았음에도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으로 시즌을 끝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만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절실해졌지만, 장영석은 하드웨어나 기술이 아닌 마음에서 답을 찾았다.
장영석은 4월을 시즌 타점 공동 1위로 마쳤으나 5월 월간 타율은 0.211에 그쳤다. 시즌 도중 반짝 활약하다가도 금방 타격감이 식어버려 주전에서 밀려나는 상황이 재현되는 듯 했다. 장영석은 마음을 달리 먹었다. 지난 16일 고척 한화전을 마치고 만난 장영석은 “‘나는 잘 하고 있다.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쁘다’는 생각을 다시금 되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잘 맞던 때가 지나간 뒤 깊은 부진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장영석에게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장영석은 “결국 내 마음먹기에 따라 달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 생각한대로 몸이 움직이니 좋은 생각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조급할 때 코칭스태프에게 혼나기도 했다. 질책이라기 보다는 ‘지금도 잘 하고 있는데 왜 처져있느냐’는 격려였다. 장영석은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타격에서의 접근법에도 변화를 줬다. 장영석은 “몸쪽 공을 잘 쳐야겠다는 압박이 심했고 스트레스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바깥쪽에 비해 타격 성적이 좋지 않은 몸쪽 코스가 약점으로 잡히자 부진이 시작됐다는 진단을 내렸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장영석의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타율은 0.307, 가운데는 0.531에 이른다. 하지만 몸쪽 타율은 1할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0.119) 장영석은 “몸쪽에 들어오는 유인구를 신경쓰지 않으려고 타격 연습 때부터 노력했고 자신있는 바깥쪽 위주로 공략했다”고 말했다. 자신없는 코스에 구태여 손을 대지 않는 대처법은 ‘버리기’와도 맥이 통한다.
변화는 효과를 봤다. 16일 한화전을 포함해 최근 5경기에서 타율 0.421(19타수 8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타점도 6점 올렸다. 안타도 타점도 한 경기에 몰아치지 않고 각각 4경기에 걸쳐 고르게 냈다. 한 때 3할 중반에 이르렀던 시즌 타율은 아직 0.270에 머물러있지만 공동 2위(두산 김재환·키움 김하성·롯데 이대호)와 6개차 타점 7위(51타점)가 됐다.
특히 팀을 대표하는 거포 박병호가 컨디션 저하 등을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가운데 장영석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 게 키움 입장에서는 반갑다. 언제든 박병호는 돌아올 수 있고 그 때 장영석의 팀 내 비중은 조금 줄겠지만, 장영석은 그럴수록 더 버리기에 몰두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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