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책임연구원을 맡은 다수의 행정·환경 분야 연구용역과 저서에 전공이 다른 박 후보자의 남편이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해 실적을 쌓고 정부 연구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낙마한 정호영·김인철 후보자가 자녀 등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으로 ‘아빠 찬스’ 논란이 일었던 상황에서 박 후보자에 대해서도 ‘배우자 찬스’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박 후보자 측은 “남편이 전문성을 갖고 연구에 참여해 연구윤리상 문제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16일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확보한 자료와 경향신문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수도권의 한 대학 경제학과에 재직 중인 박 후보자의 남편 장모 교수는 박 후보자가 책임연구원이나 대표저자 역할을 맡은 학술논문 1건과 연구용역 4건, 저서 3건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연구는 모두 박 후보자가 주요 직책을 맡았던 한국행정학회와 한국환경정책학회, 서울대 행정대학원 공공성과관리연구센터 등이 수행기관이었고, 박 후보자가 책임연구원 역할을 했다.
문제는 장 교수의 전공이 환경·행정 분야가 아니라는 점이다. 장 교수는 대기업 경제연구소와 국책연구원 등을 거친 경제학자로 세부전공은 국제금융이다. 2005년 이후 소속대학에서 강의한 과목도 거시경제학과 국제금융론, 금융투자론 등이다. 박 후보자와 장 교수가 공저한 정부 연구용역에 참여한 전체 연구진 중 장 교수를 제외한 전원은 환경이나 행정 분야 전문가였다. 장 교수의 다른 연구결과물 중에서도 환경·행정 분야 연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서 의원실이 2017년 환경부 연구용역과 2020년 행안부 연구용역 등 2건의 제안서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장 교수는 해당 연구 2건으로 정부 연구비 1134만6390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연구용역에서는 8개월간 인건비 명목으로 678만2433원을 받았고, 2020년 연구용역으로는 3개월간 371만4771원을 받았다. 두 연구에서 박 후보자와 장 교수가 수령한 인건비는 모두 2808만1556원이었다.
박 후보자와 장 교수의 공동연구에 함께 참여한 복수의 연구진은 “장 교수를 섭외한 사람은 박 후보자”라고 전했다. 환경부 연구용역을 함께 수행한 연구진 중 한 명은 통화에서 “(장 교수로부터) 데이터 분석에 도움을 받았다”며 “연구진 섭외는 박 후보자가 했기 때문에 어떻게 연구에 참여하게 됐는지 배경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서를 공저한 다른 교수는 “그분(장 교수)은 잘 모르는 분이고 박 후보자가 섭외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향신문 취재가 시작된 뒤 장 교수의 소속 대학 홈페이지에는 박 후보자와의 공저가 포함돼 있던 장 교수의 연구업적 목록이 삭제됐다. 장 교수의 프로필에 적시됐던 세부전공도 ‘국제금융’에서 ‘금융’으로 수정됐다.
서 의원은 “박 후보자가 설계하고 주도한 용역과제에 전공도 다른 배우자를 공동연구원으로 참여시켜 실적을 쌓고 연구비를 지급한 것은 특혜이자 이해충돌이고 연구윤리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 측은 “장 교수가 충분한 전문성을 갖고 연구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해명했다. 교육부 인사청문준비단 관계자는 “장 교수는 조직관리나 계량분석 등 다양한 관심 분야를 갖고 있는 학자로, ESG(경제·사회·지배구조) 등 융합적 트렌드가 강조되면서 연구자들이 경제학자와 협업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 교수가 해당 연구에서 전문적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저자로 올라간 것이기 때문에 연구윤리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장 교수의 해명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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