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019년 4월 보험연구원장 퇴임 후 서울대에 복직한 뒤 1학기와 여름학기 강의를 하지 않고도 그해 8000만원 가까운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의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공직에서 물러난 후 즉시 학교에 복직해 급여를 받아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과 학내 안팎에서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비슷한 문제의 장관급 후보자를 내정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서울대에서 2019년 4월1일부터 그해 말까지 근무하며 급여로 7975만5131원을 받았다. 월평균 886만원이다. 한 후보자는 2016년 4월5일부터 보험연구원장을 지냈고 2019년 4월4일 퇴임 후 서울대에 복직했다. 한 후보자는 2019년 1학기에는 개강 후에 복직했고, 1학기와 여름학기에 강의를 개설하지 않았다. 한 후보자는 그해 보험연구원장으로는 3개월여 재직하면서 급여와 상여로 총 1억734만2200원을 받기도 했다.

 

대학교수 출신 공직자 및 기관장이 임기 후 학교에 즉시 복직해 고액 급여를 받는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조국 전 장관은 2019년 10월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난 뒤 서울대에 복직해 지난 5월까지 32개월간 급여로 1억2055만9375원을 받았다. 김상조 전 실장은 지난해 3월 말 청와대에서 사직한 뒤 그해 4월 한성대에 복직할 때 학내 안팎의 비판을 들었다. 한성대는 김 전 실장이 강의를 하지 않는 1학기 급여 일부를 환수하기로 했고, 김 전 실장도 환수 후 남은 급여를 학내 장학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한 후보자를 포함해 복직 교수가 받는 급여는 학교 규정에 따른 것으로 법 위반 사항은 아니다. 다만 복직 후 강의 등 활동이 없는 기간에 급여를 받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은 정치권에서도 제기돼 왔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퇴임 후 방학 중에 서울대에 복직했다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돼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던 2019년 8월에 한 달 치 월급(세전 845만원)을 받은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인사를 비판하며 ‘공정’을 강조해 오던 윤석열 정부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지닌 인사를 지명하는 게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강병원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냐’고 했지만 현 정부에서도 비슷한 인사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가 반복되는 점이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 후보자의 2019년도 급여 환수 및 기부 여부 등을 질의하자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힐 것”이라고 답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