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SK-KIA전. SK의 수비 포메이션은 평소와 달랐다. 주로 중견수를 맡던 노수광이 우익수로 자리를 옮겼고, 중견수 자리엔 이날 1군에 복귀한 베테랑 김강민이 자리했다. 번갈아 외야 한 자리를 맡아오던 정진기와 정의윤이 퓨처스(2군)로 내려가며 변화가 생겼다.
그 가운데 좌익수 자리는 여전히 김동엽의 몫이었다. 제이미 로맥-최정으로 구성된 3·4번 타순을 뒤에서 받치며 언제든 일발장타를 뽑아낼 수 있는 6번 역할을 이날도 부여받았다.
그리고 제 몫을 했다. 김동엽은 팀이 2-2로 맞선 3회초, 2사 1·2루에서 KIA의 좌완 에이스 양현종의 시속 144㎞ 초구 속구가 가운데로 몰리자 그대로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SK는 5-2로 앞섰고, 경기가 5-4로 끝나 김동엽의 홈런은 결승점이 됐다.
지난해에도 올해도, 김동엽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타자였다. 지난해 5월까지 11홈런을 몰아쳐 시즌 초반 홈런레이스의 다크호스가 됐다. 그러나 시즌 후의 성적은 커진 기대를 채우지는 못했다. 6월 이후 김동엽이 추가한 홈런도 딱 11개. 후반기들어 부진과 부상이 겹쳐 초반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빠른 리그 홈런 페이스처럼 이미 4월에 두자릿수 홈런을 채웠다. 지난해 홈런왕 최정에, 외국인 제이미 로맥도 홈런 레이스를 함께 벌였다. 그러나 5월들어 ‘혹시나’라는 기대가 ‘역시나’로 바뀌는 듯했다. 5월 첫 3주 동안 홈런을 한 개도 추가하지 못했다. 무안타 경기도 9차례, 시즌 타율이 2할3푼5리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지난달 22일, 문학 넥센전에서 대타로 나와 홈런을 추가하며 비로소 침묵을 깼다. 팀의 4-10 패배를 막지는 못했지만, 부진하던 김동엽도 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깨어났다.
김동엽은 어느덧 17개의 홈런을 쳤다. 20홈런 고지를 밟은 최정과 로맥, 김재환(두산) 바로 아래 자리에 올랐다. 시즌 타율 2할7푼1리는 투고타저 시즌에서 명함을 내밀만큼 높은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6월 타율은 3할8리. 지난 13일까지 이달 치른 11경기에서 한 경기 빼고 매번 안타를 추가했다는 점도 좋은 징조다.
김동엽은 경기 후 “이전까지 득점권 타율이 좋지 않아 직접 해결하고 싶은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섰다”며 “원정 성적이 좋지 못해 꼭 이기자는 이야기를 선수들끼리 했는데 승리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김동엽의 득점권 타율은 시즌 타율과 같은 2할7푼1리, 함께 SK 중심타선을 이루는 로맥(0.271)과 최정(0.220), 한동민(0.226) 등도 득점권 성적이 아쉬운 상황에서, 김동엽이 직접 해결사가 돼 팀의 KIA전 5연패, 광주 원정 4연패를 끊어냈다.
두산과 선두 다툼을 벌이던 SK는, 두산이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간 동안 한화·LG와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는 처지에 놓였다. 김동엽의 활약이 지난해처럼 ‘반짝’으로 끝나서는 안될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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