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 자락에 있는 천년고찰 고운사 주요 건물이 화재로 소실돼 흔적만 남아 있다. 성동훈 기자

 

산불 등 대형 화재 때 국가유산 피해를 막기 위한 방염포 설치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지침이 나왔다. 지난 3월 영남을 휩쓴 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한 지 약 한 달여만이나, 현장에서 활용하려면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산불로 인한 국가유산 피해는 36건으로 집계됐으며, 복구비로 500억원 가까이 소요될 것이라고 국가유산청은 밝혔다.

국가유산청에 지난달 29일 ‘산불 등 화재 시 국가유산 방염재 기준 및 설치 지침’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고 8일 밝혔다. 방염재는 일정 넓이 이상으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화학적으로 처리한 천(방염포) 등을 뜻한다. 이번 지침은 재난 대응 현장에서 마땅히 갖춰야 할 기준이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난 3월 말 영남을 휩쓴 동시다발적 산불로 국가유산이 큰 피해를 입었으나, 방염재 관련 지침이나 매뉴얼은 미비했다. 그나마 존재하는 매뉴얼도 대응 단계에 따라 얼마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는 나와 있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이런 비판 등을 고려한 듯 제정안은 화재 발생 시 국가유산 피해를 막기 위해 어떤 성능의 방염재를 써야 하고, 언제 설치해야 하는지, 작업자가 지켜야 할 사항 등을 규정했다. 예컨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동할 수 있는 국가유산은 신속히 이동하고, 이동이 불가능하거나 높이가 2m 이상인 것은 방염재로 감싸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 방재현장에 적용하기에 구체성이 떨어지는 등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방염재를 어떻게 고정할 지 설명한 부분이 분명치 않다. 가령 ‘강풍 등에 의해 훼손되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 ‘안전하게 고정하되’ 등의 표현만 있을 뿐 고정할 때 무엇을 써도 되는지, 어느 범위까지 허용되는지 등은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방염포 효과도 어느 정도인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달 19일까지 행정예고에 대한 각계 의견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영남 산불로 총 36건의 국가유산이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보물·명승·천연기념물·국가민속문화유산 등 국가지정유산 피해가 13건, 각 지자체에서 지정·관리하는 시도지정유산 피해가 23건이다. 특히 ‘천년 고찰’ 경북 의성 고운사의 보물 연수전과 가운루는 잿더미가 됐고, 석조여래좌상은 받침인 대좌(臺座)를 미처 옮기지 못해 피해가 발생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달 9~16일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실시한 재난피해 합동조사 결과 국가유산 피해 복구에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총 488억원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복구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복구 대상은 피해 정도, 가치 훼손 여부 등을 판단해 순위를 정할 계획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부재 수습, 긴급 보존 처리, 복구 설계 등 시급한 사항은 올해 중으로 우선 처리한 뒤 순차적으로 복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