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일식당·중식당서 금액 축소 결제
참석 인원 수 확대 의심 지출내역 8건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출근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53)가 고가 메뉴의 식당에서 인원수에 비해 적은 금액을 결제해 정치자금 지출내역으로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피하려고 참석 인원수를 부풀려 1인당 식사금액을 3만원 이하로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치자금을 실제 사용 내역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이영 후보자의 2020~2021년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후보자는 지난해 9월7일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회 현안관련 회의’ 명목으로 4명이 모인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당에서 12만원을 결제했다. 이 식당은 초밥 코스요리를 주로 판매하는 곳으로, 요리·식사 메뉴 중 가장 싼 것이 개당 5만5000원인 후토마키(일본식 김밥)이다. 1인당 3만원만 결제하고 식사하기 어려운 곳이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021년 9월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회 현안관련 회의’ 명목으로 4명이 모여 식사비 등으로 12만원을 결제했다고 정치자금 지출보고서에 기재한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당. 일식당 홈페이지.

 

이 후보자는 2020년 11월18일 서울 중구 회현동의 한 고급 중식당에서 16명이 모인 ‘라임·옵티머스 권력형 비리게이트 특별위원회 현안관련 회의’를 가졌고, 총 45만원을 결제했다. 1인당 2만8125원을 쓴 셈인데, 이 식당은 모임·회의가 가능하게끔 방에서 식사를 하려면 1인당 8만원이 넘는 코스요리를 주문해야 한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11월10일 서울 광화문 인근 일식당에서 같은 명목으로 8명이 만나 21만6000원을 지출했다. 1인당 2만7000원을 쓴 셈이다. 그러나 이곳 역시 주메뉴인 샤브샤브 가격이 1인당 4만8000원이 넘고, 일부 안주만 2만원대에 판매된다.

이밖에 이 후보자는 메뉴 가격이 2만9000원 이상인 여의도 장어요리 전문식당에서 2020년 11월3일 11명이 모여 총 30만8000원을, 지난해 9월10일 3명이 모여 총 7만8000원을 결제했다. 이처럼 ‘1인당 3만원’ 제한을 의식해 인원 수를 부풀린 것으로 의심되는 지출내역이 류 의원의 분석 결과 총 8건이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1인당 6만원이 넘는 제주도 고급 일식당에서 업무추진비로 식대를 지불하면서 1인당 3만원 미만을 결제해 입길에 오른 바 있다.

류 의원은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허위기재하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이 후보자가 당시 상황에 대해 소상히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부 인사청문준비단 관계자는 “후보자가 의원 자격으로 집행한 정치자금 내역은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