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대의원제 폐지” 대 비명 “전권 혁신위 구성”
이 대표, 2015년 문재인의 길 따를 수 있을지 관심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4일 쇄신 의원총회에서 합의한 혁신 기구 구성을 두고 친이재명(친명)·비이재명(비명)계간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혁신 대상과 혁신 기구의 권한 등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의원을 장악 지배하는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 당 혁신의 시작이고 핵심”이라며 “국회의원은 혁신의 대상이지 혁신의 주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당 혁신을 위한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했다.
반면 전날 의총에서는 비명계 의원들의 대의원제 폐지 반대 주장이 이어졌다. 김종민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의총에서 “대의원제는 민주정당의 근간이어서 폐지해선 안 된다.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전했다. 전해철 의원은 의총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의원의 역할과 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혀 상관없는 문제와 결부시켜 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혁신 기구 구성을 두고도 친명계와 비명계는 다른 의견을 분출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도부는 혁신 기구를 이르면 다음 달 초에 출범시키기로 하고 혁신 기구의 형태와 역할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위를 외부 인사에게 맡겨야 할지, 혁신위원장의 권한을 어느 선까지 부여할지를 두고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비명계는 혁신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권을 쥘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외 인사를 임명해 정권을 주고 이 대표는 한 발 물러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성민 전 최고위원은 이날 BBS 인터뷰에서 “혁신위가 정말 살아있는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서 정말 진짜 실질적인 혁신을 하려면 지금 당내 기득권이라든가, 당내 존재하는 어떤 특정 세력들의 입맛에 맞게 구성되거나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전권 위임, 현 권력들의 이선 후퇴, 이런 부분들이 필요하다.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친명계는 혁신위가 꾸려져도 이 대표의 권한을 과도하게 견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권력보다 우선이란 논리다. 양이원영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혁신위는 임명, 당 지도부는 선출. 임명 권력이 선출 권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친명, 비명 간의 입장차를 두고 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각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고, 현상에 대한 진단 자체가 다르니 의견이 모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비명계는 이 대표 체제 지도부 및 친명계를 기득권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고 비명계에 적대적인 ‘개딸’(개혁의 딸) 등 열성 지지자들의 공격적인 행태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들에게 혁신의 대상은 당내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고 각종 의혹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지도부로 요약된다. 이 대표가 여러 의혹으로 검찰 수사나 재판을 앞두고 있어서 당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어려웠고, 이는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치므로 지도부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까지 논리가 이어진다.
반면 친명계는 강성 지지층이 요구하는 ‘개혁’에 소극적인 국회의원들을 기득권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도부 내에서는 강성 당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최고위원들을 중심으로 대의원제 폐지 등 급진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국회의원들을 혁신의 대상으로 보는 데는, 비명계 의원들이 당의 안정보다 당내 주도권을 얻으려 목소리를 낸다는 불신이 기저에 깔려 있다. 지도부 소속 다른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라고 하는 의원들 중 본인이 불출마하겠다는 사람이 있느냐. 다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 이 대표가 자신의 권한과 관련해 어떤 결단을 내릴지에 시선이 모아진다. 당 안팎에선 2015년 문재인 당대표 시절 ‘김상곤 혁신위’를 소환하며 이 대표가 그 길을 따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당시 문 대표는 재보선 참패 후 사퇴 요구에 직면하자 당 밖 인사인 김 전 경기도 교육감에게 혁신위를 맡기고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혁신위는 당헌·당규 개정과 공천 시스템을 바꾸는 고강도 혁신안을 내놨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오히려 친명계가 주장하는 대의원제 폐지를 혁신의 방향으로 설정해 당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지금 혁신위 만들겠다는 것이 곧 ‘이재명의 민주당을 완성시키겠다’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며 “이 대표가 전권을 주는 기구를 만들 리도 없고 자기 통제 아래 두려고 할 텐데, 지금은 혁신위 만들어봐야 오히려 내부 분란만 더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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