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상정에 앞서 전해철 위원장에게 찾아가 항의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24일 파업한 노동자나 노동조합에 대한 회사의 손배가압류를 제한하고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한 본회의 직회부 요구 안건을 의결했다. 본회의 부의, 상정, 법안 찬반 표결 절차가 남아 있지만 과반 의석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공동으로 입법을 주도하는 만큼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처럼 본회의 의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회부를 통해 통과된 일부 법안들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전례가 반복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환노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 직회부 요구 건을 상정한 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 의원 10명의 표결 참여 및 찬성으로 처리했다.

국회법 86조 3항은 법제사법위원회가 각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의 체계 자구 심사를 이유 없이 60일 이내에 마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가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월21일 환노위를 통과한 뒤 90일 넘게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였다. 이날 표결에는 민주당 의원 9명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참석했다. 모두 찬성표를 던져 환노위원 재적 16명 중 5분의3 이상 찬성 요건(10명)을 채웠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소속 전해철 환노위원장이 노란봉투법 본회의 부의 요구건을 상정하려 하자 이에 반발해 퇴장했다. 해당 부의 요구건은 당초 전체회의 안건으로 오르지 않았지만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진 의원이 의사일정변경 동의의 건을 제출해 상정됐다. 상정을 앞두고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환노위 국민의힘 간사인 임의자 의원은 “헌법재판소에 이 문제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환노위원들은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과 정의당은 법사위 절차를 무시하고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본회의에 회부했다”며 “야당의 입법 폭주는 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게이트와 김남국 의원의 코인 게이트에 대한 국면전환용이며, 소위 쌍특검을 위한 민주당과 정의당의 검은 입법거래”라고 주장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소관 상임위에서 오랜 기간 논의해 온 만큼 이제는 결론을 내리고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고 정도”라며 “국민의힘은 기업의 편에만 서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가로막으려고만 한다. 노동권을 억압하고 노동현실을 퇴행시키는 것이 대한민국의 경쟁력 강화인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에 묻는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힘이 그간 법사위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발언하는 내용을 보면 그 목적이 ‘체계 자구 심사’가 아니라 ‘법안 처리 지연’에 있음을 누가 봐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힘 (환노)위원들은 지난해 11월 전체회의 상정부터 줄곧 고성과 퇴장으로 의사 진행을 보이콧한 것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노사법치에 기반한 노동 개혁과 자율과 연대에 기반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의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라며 “입법에 대하여 재고해주실 것을 절박한 심정을 담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입장을 내고 “노조할 권리가 보장받는다면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던 취약계층 노동자들도 노동권을 보호받게 될 것이고 정부와 여당이 그토록 주장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다소나마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하청 노동자의 실질 사용자는 원청이라고 한 대법원 판결이 2010년에 나왔음에도 국회가 이제야 입법에 돌입한 것은 너무 늦었다”며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대안없이 반대만하고 있는 행태는 규탄받을 일”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6단체는 공동성명에서 “우리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노동쟁의 개념 확대와 손해배상 책임 제한은 산업 현장에 ‘파업 만능주의’를 만연시켜 국내기업들의 투자뿐 아니라 해외기업들의 직접 투자에도 큰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임위에서 본회의 직회부를 요구한 법안은 최장 30일의 여야 간 합의 기간을 거치게 돼 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후 처음 개최되는 본회의에서 무기명투표로 본회의 부의 여부를 가린다. 재적 의원 절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절반이 찬성하면 해당 법안은 본회의에 부의된다. 이후 국회의장이 법안을 상정하면 표결을 거쳐 본회의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과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과 정의당이 공동으로 직회부를 추진한 만큼 본회의 부의 및 의결도 가능한 상태다.

윤 대통령이 본회의에 직회부된 후 의결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절차적 정당성 문제 등을 들어 거부권을 행사한 것처럼 노란봉투법도 본회의 통과 후 거부권의 대상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최선을 다해 입법을 막겠다. 본회의장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있고,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 결정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민주당이 (노란봉투법 입법을) 밀어붙이면 결과적으로 대통령에게 부담이 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