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기구 구성 전부터 권한 두고 갈등 노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친이재명(친명)계와 비이재명(비명)계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비명계의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 비판이 계속되자 친명계의 비명계 공개 비판이 시작되면서다.

서은숙 민주당 최고위원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의원총회장에서 한 의원이 ‘지도부가 김남국 사건과 관련하여 손 놓고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고 한 것은 허위사실 유포”라며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당의 윤리 적용과 징계가 일반 당원에게만 엄격하고 국회의원에게는 느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최근 민주당 국회의원 한 분은 공개적으로 자신이 받은 문자를 소개하면서 당 대표와 관계된 극렬 지지자로 단정했다”며 “윤리감찰단 조사 결과 그 문자를 보낸 사람은 당원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의원은 무슨 근거로 그 문자를 보낸 사람을 극렬 지지자로 단정하여 당 대표에게 개딸과 절연하라고 요구했는지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쇄신 의원총회 때 비명계 초선 의원이 했다고 알려진 발언을 허위사실로 규정하고, 이원욱 의원이 지난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문자메시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이 개딸 당원이 자신을 공격했다며 공개한 문자 메시지가 조사 결과 비당원이 보낸 것으로 확인되자 역공에 나선 것이다. 이 의원은 이 대표에게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 사퇴 등 강성 팬덤과 절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인 서 최고위원은 지난해 9월 이 대표가 지명한 최고위원으로 친명계로 분류된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SNS에 서 최고위원의 발언을 인용했다. 이 대표도 이날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가짜뉴스를 비판하면서 우리끼리 허위사실에 기초해 비난하면 되겠나”라고 말했다.

쇄신 의원총회에서 출범시키기로 한 혁신 기구의 구성 논의 단계에서부터 계파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비명계에선 지도부가 혁신 기구에 전권을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친명계에선 선출 권력이 우선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친명계 양이원영 의원은 이날 SNS에 “혁신위는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한 혁신책을 제시할 수 있게 꾸려지길 바란다”며 “혁신위는 임명, 당 지도부는 선출, 임명 권력이 선출 권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글을 올렸다. 전날 윤건영 의원이 SNS에서 의원총회 결의문에 명시된 ‘혁신기구(혁신위)’를 언급하며 “중요한 것은 혁신위의 권한이다. 전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당 지도부의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해야 한다”고 글을 올리자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진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명계 이상민 의원을 겨냥해 “스스로 5선 국회의원인 나(이 의원)는 무엇을 할 것인가, 먼저 고민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논리의 늪이나 방송의 늪에 빠져서 동일한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 대표의 팬덤정치, 사법 리스크 등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혀왔다.

민주당의 계파 갈등은 지난해말부터 있었지만 비명계 일부 의원의 공개 발언 외에는 표면화되지 않았다.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 체제 출범,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자 논란, 그에 대한 지도부의 미온적인 대응이 겹치며 비명계 의원들의 이 대표 리더십 비판이 늘어나는 분위기였다. 이에 친명계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반박하면서 당내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 일정이 가까워져 오면서 당을 쇄신해야 한다는 요구는 많지만 계파간 입장차는 뚜렷하다. 비명계는 강성 지지자와의 절연과 이 대표의 일선 후퇴를, 친명계는 대의원제 폐지·축소 등 강성 지지층 권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민주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소속 의원이나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추가로 제출되는 등 검찰발 외부 변수가 생기면 이 대표 거취 및 공천권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