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재일. 이석우 기자

 

이제는 오재일(33·두산)도 홈런포에 시동을 걸었다. 우타자들의 대포가 득세하고 있는 올 시즌 프로야구에 두산 좌타 거포라인이 얼마나 폭발력을 발휘할지 관심이 쏠린다.

오재일은 지난 10~11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NC와의 2경기에서 홈런 3개를 몰아쳤다. 10일 첫 경기 9회초 팀이 7-11로 뒤지던 상황에서 극적인 동점 만루홈런을 친 뒤, 다음날 경기 첫 타석에 투런 홈런을 쳐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2점 홈런을 추가했다.

오재일은 시즌 홈런 개수를 이틀만에 3개에서 6개로 늘리더니 12일 경기에선 2루타 하나를 추가했다. 4월 내내 1할대였던 타율도 0.229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26홈런을 쳤던 최주환이 부상으로 올 시즌 한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오재일의 부진은 두산이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호세 페르난데스-박건우-김재환 뒤 타순을 김재호, 박세혁 등이 대신 메워주긴 했지만, 이들로 오재일이나 최주환만큼이 지닌 장타력까지 기대하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재일은 시즌 초부터 부진의 늪에 빠져 4월 초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4월 중순 2군에서 복귀한 오재일은 이후 매경기 꾸준히 안타를 생산해왔지만 위력적인 장타를 보기는 어려웠다. 지난 7~9일 KIA와의 주중 잠실 3연전에서는 단타조차도 만들지 못했다. 9일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그러다 창원에서 반등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오재일의 홈런포를 계기로 두산이 자랑하는 좌타 라인이 얼마나 위력을 더할지 지켜볼만하다. 두산은 지난해 선발 라인업 1~9번을 모두 좌타자로 채운 적이 있었을 정도로 10개 구단 중 가장 강력한 좌타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최주환이 부상으로 빠져있지만 올 시즌 합류한 페르난데스가 기대 이상 활약으로 타격 전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올라있다.

홈런 레이스에 우타자들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산 좌타 거포들의 활약은 더욱 빛난다. 12일 현재 홈런 상위 21명 중 스위치히터를 뺀 좌타자는 6명뿐이다. 이 중 3명이 페르난데스, 김재환, 오재일 등 두산 선수들이다. 올 시즌 초반 빼어난 선구안을 자랑했던 페르난데스는 수준급의 컨택 능력도 과시하며 타율 경쟁에서도 수위에 오르더니 홈런왕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페르난데스는 10일과 11일 시즌 8·9호 홈런을 각각 터뜨리며 박병호(키움·11개), 최정(SK·10개) 등 홈런왕 출신 거포들이 선두권으로 나선 홈런 레이스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김재환은 5월들어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홈런이 없지만 언제든 홈런을 몰아칠 수 있다. 김재환은 지난해에도 5월까지 3할이 채 안되는 타율에 홈런 순위도 5위권 밖으로 밀려있었지만 6월에만 홈런 14개를 몰아쳐 단숨에 홈런 선두로 올라선 바 있다. 여기에 오재일이 홈런포를 더한다면 두산 왼손 거포라인은 상대 마운드에게 보다 공포스러운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