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하재훈, 외야수서 투수로
기대·우려 속 개막부터 3승
LG 이형종, 재기 후 궁여지책
장타·빠른발 타자로 자리매김
시행착오 등 어려운 성공 뒤엔
“코칭스태프들의 신뢰로 가능”
SK 하재훈(29)의 시속 155㎞ 강속구를 더 돋보이게 하는 건 그의 특이한 이력이다. 미국 마이너리그와 일본 독립리그에서 외야수로 뛴 시간이 더 많았는데 신인드래프트에서 SK는 투수로 지명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강속구를 보여준 그를 향한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으나 하재훈은 지난달 23일 개막전 구원승을 포함해 벌써 3승을 거뒀다.
LG 이형종(30)을 생각하면 이제 특유의 레그킥에서 나오는 장타와 그라운드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빠른 발이 떠오른다. 서울고 재학 시절이던 2007년 대통령배 결승전 ‘눈물의 역투’로 이름을 알리고 프로에서도 에이스 재목으로 꼽혔지만 이제 타자로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이형종은 지난 시즌 기복 있는 플레이 속에서도 3할 타율(0.316)에 두 자릿수 홈런(13개)을 기록하며 완벽하게 전향에 성공했음을 알렸다.
‘타자의 몸과 투수의 몸은 다르다’는 말이 잘 알려졌을 정도로 투수에서 타자로, 타자에서 투수로 변신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변화를 프로무대에서 감행하고 바뀐 포지션에서 성공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그러나 하재훈과 이형종처럼 어려운 전향 과정을 성공적으로 밟아간 선수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이형종은 궁여지책으로 타자 전향을 시도했다. 잠시 야구를 놓았다 돌아왔지만, 어깨와 팔꿈치 통증이 계속되자 2015년 후 본격적으로 타자의 길에 들어섰다. 이형종은 “처음에는 타자로서, 야수로서 숙지해야 할 사인이나 작전이 많아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살아남기 위한 고민도 많았다. 이형종은 “처음엔 작전수행능력이 좋아야 벤치의 눈에 들지 않을까 고민하며 타격했다”며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금의 타격폼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하재훈과 팀 동료 강지광(29·SK)을 투수의 길로 인도한 것은 지난해 팀 단장직에 있던 염경엽 SK 감독이었다. 외야수로 오래 뛰던 하재훈을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투수로 뽑은 것은 염 감독의 결정이었다. 투수에서 타자로, 다시 투수로 전향한 강지광은 “2017년 넥센(현 키움) 2군에서 풀타임 야수로 뛰며 타자로서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지난해 SK 이적 후 단장(염 감독)의 설득에 다시 투수로 전향했다”고 했다.
전향은 쉽지 않았다. 강지광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타자는 공부와 노력으로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반면 투수는 타고난 재능과 감이 중요한 것 같다”며 “투수 훈련하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배팅케이지에서 다시 배트를 휘두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형종은 “프로에서 투수를 하다 타자가 되면 다들 고등학교 때 4번 치던 생각을 하며 잘못된 접근법으로 임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작전수행능력처럼 다양한 능력을 키워야 하고 연구할 게 많다는 점도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팀이 믿고 기다려줬기에 선수들은 전향이 가능했다고 입을 모은다. 하재훈은 “마무리캠프 때 감독님이 ‘내가 된다고 하는데도 못 믿냐’고 되물으셨다. 그만큼 신뢰를 보내주셨다”고 말했다. 2012년 타자로 프로에 입단했다가 그해 말 투수로 전향했던 KIA 김윤동(26) 역시 “코치님의 권유로 변화를 시작했다. 타자로 계속 뛰었다면 방출됐을 텐데 전향 권유를 받아들여 아직까지 야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형종도 “마무리캠프, 스프링캠프 때 코칭스태프가 충분한 기회를 줬기에 전향이 가능했다”며 “‘진작 프로에서 타자로 뛰면 어땠을까’ 생각해본 적도 있지만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야구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그 덕에 더 쉽게 전향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움 속에 전향을 시도하는 선수들을 보면 내 경험이 생각나 마음이 짠하다. 모두 프로에 올 만큼 능력이 되는 선수들이니 힘든 과정을 견뎌내고 잘 자리 잡았으면 한다”는 후배들을 향한 바람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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