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58)가 제주지사 재임 시절 ‘국회 관계자’, ‘중앙정부 관계자’ 등과의 간담회 명목으로 고가 메뉴의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결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원 후보자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 위반 소지를 피하려 업무추진비를 쪼개기로 결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식사를 접대받은 대상이 공무원이라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쪼개기 결제’ 의혹에 대한 원 후보자의 보다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 후보자의 제주지사 재임 시절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19년부터 지난해 7윌까지 제주의 한 오마카세 식당(요리사에게 메뉴 선택을 맡기는 식당)과 이 식당을 운영하는 법인 명의로 총 51회에 걸쳐 1584만8000원이 결제됐다. 이 중 2020년 6월4일 ‘도 주요정책 협의를 위한 국회 관계자와의 간담회’ 명목으로 14명이 모여 40만원을이 결제했다. 이를 포함해 이 식당에서 ‘국회 관계자’가 명시된 모임이 8건 있었다. 2019년 8월30일에는 ‘광역단체장 및 학계관계자와의 간담회’ 명목으로 18명이 모여 45만원을, 같은 해 4월7일에는 중앙부처 관계자 15명이 모인 간담회에서 42만8000원을 각각 결제됐다.
이 식당은 지난해까지 1인당 6만원 이상, 올해부터는 7만5000원 이상 금액을 받았기 때문에, 원 후보자가 인원을 부풀리거나 결제를 쪼개 김영란법 위반을 피하려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원 후보자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본 법(김영란법)은 상대방이 공직자 등 특정 신분일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어서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가 된 식당에서 원 후보자가 국회·중앙부처·광역단체 관계자 등 ‘공직자’로 분류될 사람들과 가진 간담회가 12회였다. ‘유관기관’ ‘교육분야’ 등 뭉뚱그려진 표현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식당에서 공직자들과 가진 만남 횟수는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국토부 인사청문준비단 관계자는 “해당 간담회에서 업무 관계자가 아닌 사람들이 포함됐거나, 저가의 메뉴를 시켰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의원실에서는 3년 전부터 단품메뉴 없이 오마카세 형식으로만 운영했다고 확인했다”며 “고액의 식사를 누구와 했는지가 불분명하게 업무추진비가 지출됐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간담회가 명목이라도 공직자에게 기준 이상의 식사를 했다면 김영란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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