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으로의 건축

김용관 지음

마음산책 | 212쪽 | 2만3000원

2024년 겨울,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제주 서귀포 석 뮤지엄 주변에 눈이 쌓였다. ⓒ 김용관·마음산책 제공

 

1990년, 건축 잡지사에 입사해 아침 일찍 바닥 청소를 하던 청년에게 대표가 물었다. “사진을 한번 배워볼 생각은 없나?” 우연처럼 시작한 건축 사진가 일을 두고 저자는 “재능이 뛰어난 것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면서도 “내가 전담할 일이 생긴 것이 좋았고 … 인생을 걸었다고 할 정도로 열심히 촬영했다”고 떠올렸다.

유명 건축가 이타미 준과 인연은 성실함만으로 맺은 게 아니었다. “사진을 찍기 전에 나와 만나길 원하셨다. 그런데 나는 그 만남을 거절했다. … 나는 선생님의 건축을 나의 시각으로 먼저 들여다보고, 판단하고, 그렇게 사진을 만들어서 선생님에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사진을 본 이타미 준은 “앞으로 한국에서 내 작업은 김용관이 찍게 하라”고 말했고, 저자는 이타미 준과 그 딸인 유이화의 건축물까지 대를 이어 찍게 됐다.

“건축 사진가의 스타일은 결국 건축물과 어떤 대화를 했는가에 따라 정해진다.” “사진가는 노력해야 한다. 독창적인 한두 장 때문에 (건축가가) 다시 찾게 만드는 것. 그게 있어야 한다.” 저자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건축 사진가로 자리 잡기까지 느낀 바를 자신의 첫 사진 산문집에서 풀어낸다.

책에는 저자가 찍은 사진 77점이 함께 실렸다. 책의 앞부분 절반 넘는 분량에 그의 사진이 담겼다. 이름난 건축물과 함께 어우러지는 자연, 재개발로 건물 잔해가 쌓인 동네, 팔만대장경을 품은 해인사의 내부, 세월을 품은 고찰의 나무 기둥에 이르기까지 그의 건축 사진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저자는 “강렬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찍고 싶은 욕망만큼이나 새로운 경험에 대한 욕망도 커져간다”며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내 몫이다. 무릎을 꿇어야 볼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싶다”고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