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민혁. 두산 베어스 제공


(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프로야구 시범경기 홈런왕·타점왕이 정규리그 개막 후 봄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걸 많은 야구팬들은 봐왔다. 몸풀린 투수들이 있는 힘껏 뿌리는 공에 맥을 못추다 어느새 자취를 감추곤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시범경기 타점왕 김민혁(22·두산)은 심상치 않다. 갑작스레 찾아온 기회에서 맹타를 날려 두산을 설레게 하고 있다.

광주동성고를 졸업힌 뒤 2015년 두산 유니폼을 입었지만 그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김민혁은 올 시범경기에서 4할5푼5리, 2홈런에 9타점을 올려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시범경기 타점 1위에 올랐다. 그러나 한동안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성적이 실망스러워서는 아니었다. 지난달 30일부터 1군 엔트리에는 올라 있었지만, 선두를 질주하느라 변화를 줄 여지가 없던 두산 타선에서 기회를 받지 못했을 뿐이었다. 수비가 좋은 편이 아니라 경기 후반에 대수비로 교체 투입될 일도 없었다.

기회는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지난 10일 대구 삼성전에서 오재원이 주루 도중 허벅지 부상을 당하자, 다음날부터 김민혁에게 8번·지명타자 자리가 돌아갔다.

더그아웃에 앉아 경기를 보며 홀로 투수별 대응법을 연구해오던 김민혁은 시즌 첫 경기부터 2타점 적시타를 기록했다. 지난 11일 삼성 신예 양창섭을 상대로 1-5로 뒤지던 두산은 김민혁의 안타를 발판삼아 역전에 성공했다. 이튿날 자신의 두번째 경기에서는 데뷔 첫 홈런을 기록했다. 데뷔 첫 3안타 경기. 매 안타가 타점으로 연결되는 등 순도 또한 만점이었다.

겨우 두 경기 치렀을 뿐이지만, 희망적인 요소들도 많다. 첫 경기에서는 앞 두 타석에서 모두 볼넷을 골라냈다. 김민혁은 지난 시즌 18경기에서 21번 타석에 나서 삼진을 6개 당하는 동안 볼넷은 하나도 없었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더 나은 참을성을 보였다. 게다가 두번째 경기에서는 특유의 힘을 과시했다. 이날 홈런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트가 부러진 와중에도 내야를 빠르게 통과한 첫 타석 좌전안타였다.

김민혁은 “그간 1군 타석에 들어서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꾸준히 준비해 왔다”며 “첫 홈런을 치는 순간 ‘올 것이 왔다’ 싶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안타를 4개 쳤는데, 이틀만에 지난해와 같은 안타 수를 채워 기쁘다”고도 했다. 주전 한 자리도 예기치 않게 찾아왔기에 수치로 정한 목표는 아직 없었지만, 김민혁은 “매 경기 집중해서 지금 하는 만큼만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