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시즌 말미 프로야구를 떠들썩하게 했던 키움 히어로즈 구단의 ‘옥중경영’ 사태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실시한 조사는 뚜렷한 결과물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KBO는 지난 5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히어로즈 구단에 제재금 2000만원을 부과하고 하송 대표이사, 김치현 단장, 고형욱 상무, 박종덕 관리이사 등 현 경영진에 대해 엄중경고 조치를 내렸다. 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받은 이장석 전 대표가 관여해 필요 이상의 돈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은 박준상 전 대표와 임상수 변호사는 현재 구단을 떠나있다는 이유로 “향후 관계자로 복귀할 때 징계를 심의한다”는 추가조항만을 달았다.
2018년부터 KBO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구단 경영에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처분을 받은 이장석 전 대표가 지난해에도 구단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은 지난해 10월말 제기됐다. 구단 안팎의 제보와 언론 보도가 잇따랐고, KBO는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그러나 그 때부터 조사가 얼마나 철저히 진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붙었다. KBO가 강제적으로 키움 구단으로부터 자료를 확보하거나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KBO는 징계 결과를 밝히면서도 “이 전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구단 경영에 부당하게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부분이 있었으나, 구단 제출 자료의 임의성 및 이 전 대표 면담 불가 등에 따른 한계가 있었다”며 “구체적인 위반 사실의 일시·장소 등을 특정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KBO가 권한이 없어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구단 및 관계자들에 징계를 내린 근거도 “각종 의혹이 제기돼 조사가 이뤄지고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의구심을 갖게 한 과정이 리그의 질서와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것이다. ‘옥중 경영에 대한 실체적인 사실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이번 일로 야구계를 소란스럽게 했다’는 데서 징계 사유를 찾았다.
이대로라면 ‘제3자’가 이 전 대표의 경영 개입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 않는 이상 KBO가 관련된 사항을 파악하고 징계를 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KBO가 히어로즈 구단에 파견하기로 한 ‘투명 경영 관리인’이 얼마나 효과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KBO는 지난해에도 히어로즈 구단에 ‘경영 및 운영관리 개선안’ 제출을 요구했고, 구단은 허민 이사회 의장을 필두로 한 이사회가 구단을 투명하게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허민 의장 체제로 출범한 히어로즈는 지난 시즌에도 잡음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제는 KBO차원에서 구단을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투명 경영 관리인은 영구실격 상태인 이 전 대표가 앞으로 구단 내에서 부당한 경영을 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KBO 관계자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게감 있는 인물이 가야할 것이다. 야구인이 아닌 구단 경영을 잘 아는 인물이 될 것”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히어로즈 측도 아직 KBO로부터 투명 경영 관리인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관건은 얼마나 KBO가 진정성있게 규약 위반 행위를 엄단할 것이냐에 달렸다. 그 의지에 따라 투명 경영 관리인의 권한이 결정되고, KBO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개입할 것인지, 아니면 소극적으로 관망하는 데 그칠 것인지도 갈리게 된다. 소극적으로 나선다면 KBO 스스로가 ‘리그의 가치를 훼손하고 질서와 품위를 손상하는 주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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