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경기 대전(大戰)’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출마가 본격화하면서다. 민주당으로선 20대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에서 만큼은 이긴 데다가, 인구수가 가장 많은 광역지방자치단체를 바탕으로 향후 대여 공세에도 나설 수 있어 경기지사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 여야 차기 대선주자들의 참전도 거론되면서 경기지사 선거는 ‘차기 예비 대선’의 성격까지 띄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염태영 전 수원시장은 21일 경기도의회와 국회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의 문제는 경기도가 결정하는 ‘경기도 중심의 정치’를 하겠다”며 경기지사 민주당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여야를 통틀어 경기지사에 첫 출사표를 낸 주요 인사는 염 전 시장이 처음이다. 염 전 시장은 수원시장을 세 번 지내고, 민주당 최고위원도 지냈다.
경기도 내 지역구에서 내리 5선을 한 안민석·조정식 의원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4선의 최재성 전 의원도 출마를 검토 중이다. 염 전 시장이 공식 출마선언을 하면서 이들 후보군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다른 광역단체장에 비해 경기지사 후보군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경기지사 선거가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이자 당선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경기도에서 50.94%의 표를 얻어 45.62%를 확보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앞섰다.
경기도는 전통적으로 보수층 강세 지역이었지만 최근 정치적 풍향이 바뀌고 있다. 서울에 살던 청·장년층이 유입되고, 이 전 지사의 정치적 근거지가 되면서 민주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형이 형성됐다고 본다. 대선 후 이 전 지사의 영향력이 남아있다는 판단에 따라 민주당과 후보들은 경기지사 선거에서 ‘이재명 효과’를 누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 염 전 시장은 이날 출마선언문에서 “일 잘하는 민주당 도지사, 이재명의 길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과 조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때부터 이재명 캠프에 합류했다. 이번 경기지사 경선 과정에서 이 같은 이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경기도를 윤석열 정부 공세의 기지로 삼기 위해, 각 후보들은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기지사 승리가 필요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민주당이 집권한 서울시는 중앙정부와 차별화된 행정을 하면서 민주당계 인사들의 정치적 근거지로 기능했다. 이 전 지사도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고 청년·재난기본소득 지급 등의 정책으로 존재감을 키워왔다. 민주당은 부동산 문제로 서울의 보수야당 지지세가 거세진 구도에서 경기도가 수도권 민심의 새로운 축으로서 ‘서울 대체제’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 때문에 향후 당내 경선은 어느 지역보다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경선판의 가장 큰 변수는 대선주자급 후보의 합류 여부이다. 당내에서는 대선 때 이 전 지사와 단일화한 김동연 대표 등판론이 제기된다. 김 대표는 서울시장과 경기지사직 출마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경제전문가이자 민주당이 추진 중인 다당제 정치개혁을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김 대표가 민주당에 입당해 경선을 치르거나 민주당 경선 후 김 대표가 후보 단일화 절차를 밟는 것이 가능하다. 민주당 한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당내 다른 인사들보다 김 대표의 경기지사 출마 여부가 경선의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부상하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 등판론도 주목받고 있다. 유 전 의원까지 야권 경쟁 주자로 나선다면 경기지사 선거는 예비 차기 대선으로 격상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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