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018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현대건설-IBK기업은행전이 열린 19일 수원체육관에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노래 ‘마지막처럼’이 여러차례 울려퍼졌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기로 마음먹은 현대건설의 최고참 한유미(36)의 응원가였다.
한유미는 노래 제목대로 ‘마지막처럼’ 경기에 임했다. 이날 경기가 자신의 프로 은퇴 경기가 될 수도 있던 상황. 외국인 선수 소냐 미키스코바가 빠진 자리를 메워야하는 임무까지 주어졌다. 그는 10점을 올리며 깜짝 활약해 팀의 예상밖 승리를 이끌었다.
황연주(32)도 팀 승리의 일등 공신이었다. 갑작스레 주전으로 나서며 주공격수의 역할까지 떠안았지만 승부처에서 더욱 빛났다. 3세트 세트포인트 24점째, 4세트 매치포인트 27점째는 모두 황연주의 손끝에서 나왔다. 에이스 양효진(19점)에 이어 팀 내 두번째로 많은 16점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이 예상밖의 2차전 승리로 단기전에서 발휘되는 ‘베테랑의 힘’을 다시금 일깨워줬다. 이날 2세트부터 선수들이 우왕좌왕한 기업은행과 특히 대조됐다.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은 “선수들이 어느 순간 경직되고 두려워하더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까지는 세터 김사니와 리베로 남지연이 공격과 수비에서 제몫을 하며 선수들의 버팀목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5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둘은 팀을 떠났다. 2차전에서 10득점(7블로킹)으로 분전한 센터 김수지(31)는 상대 센터와의 맞대결 외에도 팀을 추스리는 리더의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
두 팀 중 누가 올라오든 챔피언결정전의 키워드도 ‘베테랑의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규시즌 우승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한 한국도로공사엔 세터 이효희(38)와 센터 정대영(37)이 주전 멤버다. 둘은 2014~2015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돼 팀의 기대대로 정규시즌 우승을 함께 만들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기업은행에 3패로 패했다. 도로공사는 아직 V리그 출범후 우승 경험이 없는 유일한 여자부 팀이다.
이후 팀에는 센터 배유나와 레프트 박정아가 FA로 차례로 합류했다. 구단이 프로 첫 우승을 위해 승부수를 건 것이다. 두 베테랑에게는 이번 시즌이 마지막 우승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미 전 소속팀에서 우승을 맛봤지만 둘에게는 ‘우승청부사’의 자존심이 걸려있다. 이효희와 정대영이 이번 시즌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체력 문제’를 극복한다면, 우승을 향한 둘의 절박함은 도로공사에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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