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당헌 80조 삭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16일 당 안팎에서 ‘이재명 방탄 정당’ 만들기 시도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혁신위원장인 장경태 최고위원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당헌 80조를 포함한 군더더기 조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정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헌 80조 삭제 검토가 논란이 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혁신위의 제안은 수백건에 이른다. 제안을 꼭 논의하거나 모두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공천제도가 마무리된 이후에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계 주류 의원들 일각에서는 당헌 80조 때문에 이 대표 방탄 프레임이 강조된다며 아예 삭제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 대표가 검찰에 기소될 때마다 이 조항 적용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 수 있으니 아예 없애버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친명계의 당헌 80조 삭제 시도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개혁 조치를 후퇴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당헌 80조는 뇌물·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 골자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부패 정치인이 당의 요직을 맡을 수 없게 하려는 의도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표 시절 만들어진 개혁 조항이다.
이 대표 체제 출범을 앞두고 이 당헌은 이미 한차례 후퇴 논란을 겪었다. 이 대표 선출을 앞둔 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당헌 80조 1항의 부정부패 당직자의 직무정지 기준을 ‘기소시’에서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로 고치려고 했다. 당시에도 당 안팎에서는 당선이 유력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의식해 당헌 개정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결국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80조 1항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80조 3항의 ‘정치탄압이 인정되는 경우’ 징계를 구제한 기관을 ‘중앙당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바꿨다. 당 지도부가 직무정지 예외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시에도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80조 삭제를 요구하며 민주당에 청원을 올렸다. 청원에는 5만7347명이 동참했다.
예외 조항에도 불구하고 당헌 80조는 지속적인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에게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박용진 의원과 이상민 의원 등 비명계는 이 조항을 근거로 이 대표 거취를 압박해왔다. 그러자 개정한지 반 년 만에 친명계 지도부가 다시 완전 삭제 시도에 나선 것이다. 당헌 80조 삭제 시도는 이 대표가 최근 비명계 의원들을 잇따라 만나며 보여온 내홍 수습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당내에서는 친명계 최고위원이 주도하는 혁신위에서 당헌 80조 삭제 시도는 자체가 민주당을 ‘이재명 방탄 정당’으로 만들려는 것이란 비판이 이어졌다. 조응천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위의 당헌 80조 삭제 검토에 대해 “내로남불”이라며 “문재인 대표 때 조국 교수도 당 혁신위원으로 들어와서 ‘우리 당은 이렇게 달라지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혁신위가 당을 쇄신하겠다며 해당 당헌을 만든 취지가 훼손된다는 것이다. 그는 혁신위의 당헌 80조 삭제 검토에 대해 “벌써 세번째다. 그(혁신위) 안에서 논의가 있었다고 보도가 되면 ‘얘기가 나온 건 사실이나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없다’는 톤”이라며 “그런데 이게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겠냐. 당 내부에도 신뢰 관계가 지금 많이 훼손된 상태”라고 말했다.
당시 혁신위원이었던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SNS에 “당헌 80조 삭제는 혁신 후퇴의 길”이라며 “부정부패 정치인이 나왔을 때 법원 판단까지 기다리자며 시간 끄는 정당에 신뢰를 줄 수 있겠냐”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 어떤 혁신을 더할까 고민하고 실천해야지, 이렇게 혁신을 후퇴시킬 것인가로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면 그것은 혁신의 이름을 빌린 낡음이고 구태”라며 “검찰만 쳐다보는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을 더 깊게 헤아리는 민주당이어야 한다. 당헌 80조 삭제야말로 방탄정당으로 가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도 SNS에 “우리 당헌이나 우리한테 유리하게 바꾸자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라고 했고, 박성민 전 최고위원도 SNS에 “부정부패 범죄를 걸러낼 최소한의 장치가 사라지고 (그 범죄가) 당과 분리되지 못하면 민주당이 어떻게 국민 앞에 떳떳할 수 있겠냐”고 밝혔다.
유승찬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민주당의 당헌 80조는 현대 정치 정당에서 강화해야 할 요소이지,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할 요소가 아니다”라며 “많은 국민들이 보기에는 당헌 80조를 삭제하는 게 이 대표 보호를 위한 추가 행위처럼 느껴진다. 이 대표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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