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대일 외교 맹공

여론에서 우위라고 판단

‘이완용’ ‘자위대 한반도 진주’ 등 표현에 대한 우려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및 한일정상회담을 규탄하는 3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더불어민주당은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기시다 일본 총리와 화합주라며 폭탄주 말아 마신 것이 외교성과냐” “자위대가 다시 이 한반도에 진주하지 않을까 두렵다”며 맹공했다. 특히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거론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진실을 명백히 밝히라”고 윤석열 정부에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 방일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고 보고 총공세를 펼치는 모습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완용’ ‘자위대의 한반도 진주’ 등의 거친 표현은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윤 대통령이 군사협력·강제징용 제3자 변제·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취하 등 한 보따리 내주고 받은 것이 식사 대접 말고 있느냐”면서 “굴종 외교, 호구 외교라는 국민 비판에도 기시다 총리와 화합주라며 폭탄주 말아 마신 것이 외교성과냐”고 비판했다. 또 “일반 기업의 영업사원이 윤 대통령처럼 영업했다면 기업의 오너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소·고발당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대변인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 영유권, 위안부 문제가 논의됐다는 일본 언론 보도를 대통령실과 정부가 부인하며 회담 내용 비공개 방침을 밝히자 “한쪽은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일본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왜 거짓말을 하냐고 항의하지 못하냐”고 했다. 임 대변인은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 자진 사퇴의 결정적 원인은 거짓말이었다”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 대통령은 오너인 국민 앞에, 진실을 명백히 밝히라”고 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위안부 합의, 독도 문제가 국가 안보를 위해 비공개해야 할 만한 사안이냐”며 “일본 정부도 정상회담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윤 대통령이 공개하지 못한다면 국민에게 사실을 알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또 “이런 외교참사를 초래하고도 역사적 결단이라며 방일외교 성과를 홍보하고 있으니 참 뻔뻔한 대통령이고 정부”이라며 “윤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국민께 잘못을 이실직고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서울광장에서 열린 ‘대일 굴욕외교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정부의 강제동원 ‘제3자 변제’ 배상안을 두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은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인권”이라며 “윤석열 정권은 피해자의 명시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위변제를 강행하고 있다. 정권이 끝내 일본 하수인의 길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한반도에 항구적 위협이 될 (일본의) 군사 대국화와 평화헌법 무력화에 동조하는 것 같다”며 “한반도가 전쟁의 화약고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 자위대가 다시 이 한반도에 진주하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본 게이오대학 연설 중 인용한 일본 메이지 시대 사상가 오카쿠라 덴신이 ‘조선은 원래 일본 영토’라고 한 한국 멸시론자라고 지적하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어떻게 식민지배에 적극 찬동했던 침략론자의 발언을 인용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정부의 대일 외교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는 오는 20일 국회에서 강창일 전 주일대사,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등과 함께 한·일 정상회담 평가 간담회를 연다. 김상희 대책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윤 대통령은 무슨 근거로 자신의 임기 이후에도 효력이 유지되는 (강제징용 배상 관련) 구상권 청구 여부를 다른 나라 정상 앞에서 약속하느냐”며 “사과도, 배상도 없이 일본에 완벽히 면죄부를 준 정상회담이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강공은 주 69시간 근무제와 맞물린 대일 외교 이슈로 인해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고, 여야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3월3주차) 전국 만18세 이상 1003명에게 조사한 결과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평가 이유 중 ‘일본 관계/강제동원 배상 문제’(15%)와 ‘외교’(15%)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민주당(33%)과 국민의힘(34%) 지지율 격차는 1%포인트까지 줄었다. 이는 같은 기관 2월1주차 조사 후 6주 만이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이완용’‘계묘 5적’ ‘자위대 진주’ 등 과도한 표현으로 반일 정서를 자극하는 전략에 매몰되는 게 좋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반일 감정을 강하게 자극하는 게 중도층에게는 와닿지 않을 수 있다”며 “민주당이 대일 외교 문제에 너무 조급하게 앞장서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